13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두산전이 다른 구장보다 1시간 빠른 낮 12시에 시작됐다.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당초 오후 1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일주일 전 삼성 구단 측에서 1시간 앞당기는 것을 KBO와 두산에 양해를 구해 변경했다.
시간 변경의 주된 이유인 지상파 채널의 생중계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웃 시민운동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축구단 대구FC의 요청을 삼성구단이 수용한 것이었다. 대구FC가 오후 3시에 홈개막전을 하기 때문에 야구 경기를 1시간만 당기면 야구팬들을 고스란히 축구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시범경기답게 이날 경기는 2시간 38분 만인 오후 2시 38분에 절묘하게 끝났다. 6500여 명의 무료입장 관중들 중 많은 숫자가 축구장으로 이동했고 대구FC는 성황리에 홈 개막전을 치렀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낮 12시에 경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삼성 구단이 기꺼이 수용한 데는 김재하 대구FC 사장의 영향이 컸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11년간 최장수 단장을 역임한 김 사장의 부탁이었기에 삼성 구단이 흔쾌히 응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 중간 전광판을 통해 '오후 3시부터 대구FC의 홈경기가 있으니 많은 관전을 바란다'는 홍보 메시지까지 친절히 전달했다.
대구FC의 김 사장 효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은퇴한 대구 최고의 스포츠 스타 양준혁을 어렵지 않게 이날 홈개막 행사에 초청했다. 대구시 홍보대사이기도 한 양준혁은 만원 팬의 성원 앞에서 시원스럽게 시축을 했다.
대구FC는 지난해까지 부진한 성적과 저조한 흥행으로 고전해 왔다. 하지만 30년 넘게 굴지의 삼성그룹에 몸담고 11년간 최고 인기 야구단을 운영한 김 사장의 노하우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