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과 함께 막을 올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이 초반부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흥미진진한 경기가 줄을 잇고 있다. 두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K-리그 열기 재점화'를 예감케 한다. 팀 당 두 경기씩을 치른 초반 K-리그를 키워드 5개로 정리했다.
◇거인들의 엇갈린 행보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한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초반 행보는 엇갈린다. 수원은 이름값에 어울리는 성적을 내며 순항 중이다. 여기저기서 삐걱대면서도 두 경기서 착실히 승점 6점을 챙겼다. 라이벌 서울을 원정에서 2-0으로 완파하더니 12일 치른 광주와의 홈 개막전에서도 여세를 몰아 2-1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서울은 조직력이 온전치 않은 모습이다. 특히나 골 침묵이 심각하다. 화려한 공격라인을 보유하고도 수원전(0-2패)과 대전전(1-1무) 두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한 골을 뽑았을 뿐이다. 황보관 감독의 머릿속이 꽤 복잡할 듯싶다.
◇관중 풍년K-리그에 나타난 가장 또렷한 변화는 관중 수의 급격한 증가다. 1라운드 8경기를 통해 19만3959명을 불러모은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17만9938명으로 못지 않은 성적을 냈다. 1라운드 결과는 역대 K리그 한 라운드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각 경기장들도 '최다 기록'을 잇달아 수립하며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K-리그 최고 히트상품'으로 손꼽히는 서울-수원전에 5만1606명이 몰려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상주전이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도 3만2725명이 입장해 2008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경남-울산전이 열린 창원축구센터에도 1만6749명이 몰려들었다. 역시나 개장 이후 최다관중이다. 팬들 사이에 'K-리그는 경기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인식이 꾸준히 확산되면 올 시즌 프로축구연맹이 목표로 정한 '한 시즌 350만명 돌파'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역시나 해결사는 외국인K-리그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면 소속팀의 취약지역이 단번에 최대 강점으로 바뀐다. 매 시즌을 앞두고 각 팀 감독들이 유럽과 남미를 전전하며 보석 찾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올 시즌에도 '물 건너 온' 선수들 중 일찌감치 빛을 발하는 인물이 적잖다. 대전의 신입 용병 박은호는 초반 2경기서 일찌감치 3골을 뽑아내며 '특급 해결사'로 떠올랐다. 3시즌 만에 수원에 컴백한 장신수비수 마토도 광주전 2골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포항의 아사모아, 경남의 루시오 등도 초반 행보가 돋보이는 외인 선수들이다.
◇새내기들의 선전신입생들의 활약 또한 돋보인다. 올 시즌 K-리그 막내 구단으로 탄생한 광주 FC와 상주로 적을 옮겨 새출발한 상무가 초반부터 선전을 거듭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는 3만 6000여명이 운집한 홈 개막전에서 대구에 짜릿한 3-2 승리를 거둬 깊은 인상을 심었다. 수원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도 비록 1-2로 역전패했지만 신생팀 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광주의 선전은 호남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수원과의 원정경기에 등장한 2000여명의 원정 서포터스가 호남향우회를 중심으로 조직된 것이 좋은 예다. 상주 또한 못지 않다. 인구 11만명의 소도시지만 시장부터 시민들까지 똘똘 뭉쳐 상무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연고지역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두 경기서 5골을 터뜨리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통해 '군인정신'을 그라운드에 구현했다.
◇이적생 수문장 대결 '점입가경'새로운 팀에서 새출발을 선언한 이적생들의 초반 행보 또한 눈길이 모아지는 관전포인트다. 특히나 올 시즌을 앞두고 연쇄이동한 골키퍼들의 자존심 대결이 눈길을 끈다. 수원에서 백업 역할에 그치던 두 수문장 박호진(광주)과 하강진(성남)은 시즌 초반 연일 선방쇼를 펼쳐 소속팀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정성룡, 수원에서 전남으로 옮긴 이운재 또한 이름값에 어울리는 경기력으로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