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29·홍수환스타복싱)의 강펀치가 화제다. 이시영은 1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7회 전국여자 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급 준결승에서 신소영(17·양주백석고)을 판정승(13-7)으로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이시영과 직접 주먹을 겨룬 띠동갑 여고생 신소영이 말하는 '복서' 이시영은 어땠을까.
이시영은 이번 대회 48㎏급에 출전했다. 경량급이다. 키는 170㎝에 가까운 걸 감안하면 마른 체구다. 펀치가 의외로 강했다. 신소영은 "시영 언니 펀치는 묵직했다. 특히 왼손 스트레이트가 날카로웠다. 지금까지 상대해 본 선수들과 느낌이 달랐다. 이 체급에선 경험해 보지 못한 파워였다"고 말했다. 이시영은 2라운드에서 다운을 빼앗기도 했다. .
이시영의 경기 스타일은 거칠다. 몸을 사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신소영이 다소 긴장한 탓도 있었지만 이시영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신소영은 "시영 언니가 먼저 공격하지 않고 카운터펀치를 노릴 것을 예상했다.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다가와서 다소 놀랐다"며 "정말 근성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신소영을 지도한 주승배 의정부 골든복싱짐 관장은 "이시영씨의 자세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자로서는, 또 연예인임에도 근성이 있었다. 충분히 시합에 뛸 만했다"며 "얼굴을 다칠 수도 있는데 솔직히 감동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시영과 맞붙은 신소영은 복싱 경력 10개월째다. 지난해부터 복싱을 시작한 이시영과 경력이 비슷하다. 그러나 대회 경험은 이시영이 많다. 이시영은 지난해 11월 KBI 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와 지난 2월 제47회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에 출전했다. 두 번 모두 우승. 이시영은 지난 2월 이재성의 IBF 팬퍼시픽 챔피언 결정전에서 링세컨드로 나서기도 했다. 반면 신소영은 경기도 신인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이 두번째 대회다. 신소영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반면 이시영은 자신있게 경기에 나섰다. 신소영은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기자분들이 많이 오셔서 경기 뒤 대화도 못 했다. 인터넷에 사진은 많이 올랐는데 대부분 맞고 있는 모습이라 조금은 속상하다"며 여고생다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시영은 17일 결승전에서 수영선수 정다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보고싶은 친구라고 해 알려진 복싱선수 성동현의 친동생 성소미(16)와 대결했다. 순천 청암고 1학년인 성소미는 오빠못지 않게 다부진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tip=이시영, 설마 런던올림픽까지?이시영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한국아마튜어복싱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로 전국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프로복싱의 '신인왕전'과 같은 성격의 대회다. 이번 대회 48㎏ 출전자는 총 5명. 이시영은 부전승으로 준결승에 오른 뒤 신소영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최희호 복싱연맹 사무차장은 "엘리트 선수를 이겼으니 충분히 실력이 있다는 뜻이지만 전국대회에서도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자 복싱은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올해 말로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도 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최 차장은 "경험 많은 대표선발전까지 우승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