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두산 사장은 18일 한화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깨끗하게 잘 관리된 잔디를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외야 관중석 쪽을 바라보고는 아쉽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광판 옆으로 건물을 지어 올리면 얼마든지 관중석을 더 만들 수 있을 텐데."
김 사장의 요즘 고민은 홈구장인 잠실구장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다. 두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년 관중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지은 지 30년이 된 잠실구장이 수용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구장 신축은 불가능하고 효율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게 관건인데 이 마저도 서울시의 의지가 없어 지지부진하다.
김 사장은 "일단 좌석부터 교체해야 한다. 낡고 좁아서 한 여름에 관중들이 앉아서 관람하기에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좌석을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좌석 수가 줄어드는 게 더 큰 문제다. 잠실구장은 2년 전 관전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좌석을 교체하면서 그나마 수용인원이 3만200명에서 2만5500명으로 줄었다.
그래서 김 사장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외야석 증축이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구장과 일본 프로야구장을 견학하고 내린 결론이다. 김 사장은 지난 한 해동안만 뉴욕 뉴양키스타디움, 시애틀 세이프코필드, LA 다저스타디움 등 5~6개의 메이저리그 스타디움과 도쿄돔, 야후돔, 세이부돔, 마쓰다스타디움 등 대부분 일본 프로야구장을 다 다녀왔다.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영감을 얻은 곳이 바로 최근 대지진 여파로 관중석 일부가 붕괴된 센다이 크리넥스 스타디움이다. 라쿠텐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195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이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오른쪽 외야 뒤에 새로운 관중석을 지어 올려 어느 신축 구장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와 시설로 거듭났다.
김 사장은 "작년에 직원들 하고 센다이구장을 방문하고 나서 잠실구장의 롤모델로 딱이다 싶었는데 지잔 피해를 입어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구장도 기존 시설을 그대로 놔두고 외야 쪽에만 새로 건물을 지어올려 상단 관중석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시를 설득하는 것. 서울시가 연간 임대료만 계속 올리려고 할 뿐 잠실구장 시설개선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일단 돈이 들어가는 문제여서 쉽지 않지만 꾸준히 서울시와 얘기를 하고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잠실=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