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T의 정규리그 우승 뒤풀이가 열린 원주의 한 고깃집. 선수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서유열(55) 구단주 대행 옆에 김구현(55) KT 노조위원장이 있었다. 그 뒤로는 지역 노조 지부장들이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위원장은 준비한 금일봉을 주장 조동현(35)에게 건넸다. 프로 스포츠팀의 우승 만찬 자리에 노조위원장과 노조 간부들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KT 농구단은 사측과 노측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권사일 KT 단장은 지난해 4월 부임 후 "농구단이 그룹 홍보 차원을 넘어서 회사와 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원정 경기가 벌어지는 날 '임직원 해피 데이' 행사를 열었다. 전국 12개 노조(2만5000명)의 지부장과 직원을 번갈아 경기장으로 초청했다. 권 단장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지역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농구장에서 'KT'를 외치며 하나로 뭉친 덕분인지 사측과 노측은 서로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말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응원단 '올레건(ollehgan)'을 만들어 전국을 누빌 정도로 농구단을 통해 노사가 한마음이 됐다.
홍보실 박승근 차장(40)은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이 우승을 차지해 팀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종력 기자 [raul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