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수영(32)이 MBC '마이 프린세스'(이하 '마프')를 통해 제대후 복귀신고식을 무사히 마쳤다.
류수영이 연기했던 인물은 김태희의 대학교수 남정우. 김태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지만 송승헌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캐릭터다. 전 연인사이로 설정됐던 박예진과도 묘한 긴장감을 형성해 재미를 더했다. '마프' 종영후 류수영은 지난 13일 예정된 일본 팬미팅 참석차 출국하려다 11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일본 팬미팅건은 잘 정리됐나."출국 하루 전 지진이 일어났다. '큰일났다'는 매니저의 문자를 받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는데 정말 아비규환이더라. 도저히 팬미팅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일본 측에서는 '예정대로 행사를 치를테니 왔으면 좋겠다'고 해 놀랐다. 하지만 사태가 점점 커지면서 일정을 취소하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프' 끝내고 뭘했나."20일 가량 푹 쉬었다.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면서 그냥 놀았다. 최근 본 영화 중 인상깊었던 건 '블랙스완'이다. 박찬욱 감독님이 아이폰으로 찍은 '파란만장'도 멋졌다. 이정현의 연기는 최고였다. 이순재 선생님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좋았다. 선생님은 평소 현장에서도 후배들과 똑같이 밤을 새며 촬영에 임하신다.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한문공부를 하는 열정적인 분이시다."
-'마프'에 동반출연한 송승헌이 2억을 기부했다."미용실에서 송승헌을 만나 '굉장하다'고 말했더니 '이제 돈 없어서 걸어다녀'라며 너스레를 떨더라. 나도 나중에 어느 정도 역량을 가지게 된다면 좋은 일에도 참여하고 싶다. 무엇보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면서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송승헌·김태희와는 많이 친해졌나."촬영장에 한번 가면 꼬박 4일 정도를 밤샘하면서 찍었으니 많이 가까워질 수 밖에. 특히 '마프'는 밝은 내용이라 쉬는 시간에 서로 농담을 하며 놀기도 했다. 둘 다 성격이 워낙 밝다. 특히 김태희는 리액션이 좋아서 아무리 어설픈 농담을 던져도 밝게 웃어주곤 한다."
-'마프'에서의 비중이 애초 기획된 것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그 점은 아쉬웠다. 감독님도 종방연에서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며 미안해하셨다. 네 명의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다양한 재미를 만들었으면 했는데 중반 이후 분량이 줄면서 기대보다 많은 걸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박예진이 박희순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전혀 몰랐다. 보통 연애를 하고 있으면 티가 나게 마련인데 내 상대역인데도 눈치를 못 챘다. 열애기사를 보고 '전화해볼까' 생각했었는데 민망해할까봐 그만뒀다. 처음에는 배우 박희순이 아니라 개그맨 박휘순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웃음)"
-입소 전 공개한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나."군대 있을 때 헤어졌다. 작년 9월에 제대한 이후로는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은 없다. 복귀하니까 해야할 일이 더 많다. 당분간은 누군가 만나기도 어려울 듯하다."
-제대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군에 가기 전에는 이미 사회생활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또래 친구들이 복학해서 취업준비할 때 난 이미 일을 하고 있었으니 그 앞에서 거들먹거리면서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경찰조직에서 복무를 하면서 다른 세상을 접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연예인 류수영이라는 명찰을 떼고 본명인 어남선으로 돌아가 '그동안 좁은 내 세상 속에서만 갇혀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생활이란 개념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공백후 대중들의 반응도 달라진 것 같나."공백기 이후 밖에 나가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류수영이네'라며 알아보면 한번 쳐다보고 말텐데, '어디서 봤지?'하는 생각이 드니깐 자꾸 쳐다보는거다. 그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마프' 이후 다시 류수영으로 살 수 있게 됐다."
-어떤 역할을 더 해보고 싶나."돈 없고 무식한 역할? 마초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수류탄이 터져도 죽지 않는 슈퍼히어로도 멋질 것 같다.(웃음)"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