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7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똥고집'이 무너졌다.
자존심 강한 퍼거슨 감독의 고집은 유명하다. 그는 언론에 더 강경하다. 2006년 영국의 일간지 더선은 퍼거슨 감독의 승부조작을 보도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완고하게 따진 퍼거슨 감독은 더선의 사과기사를 받아냈다. 그런데 7년 동안 이어온 고집 하나가 깨지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4일(한국시간) "퍼거슨 감독이 영국 공영방송 BBC와 7년만에 대화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이 마크 톰슨 BBC 대표와 그동안 쌓인 앙금에 대해 논의한다"고 전했다.
퍼거슨과 BBC의 악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C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퍼거슨의 아들) 제임스가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퍼거슨 감독의 힘을 믿고 맨유와 선수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폭로했다. 퍼거슨 감독은 진노했다. "BBC 방송은 듣기 힘들만큼 거만하다"고 비난한 퍼거슨 감독은 "앞으로 BBC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앨런 시어러 전 뉴캐슬 유나이티드 감독은 BBC의 축구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에 출연해 "퍼거슨 감독은 BBC와 인터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원칙주의자다"고 걱정했다.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공식 방송사는 BBC와 SKY SPORTS·ESPN(생중계)이다. 퍼거슨 감독은 다른 방송사와 인터뷰는 직접 했지만, BBC가 인터뷰를 하면 마이크 필란 수석코치를 대신 내보냈다.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후 감독이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한 시즌 내내 인터뷰를 거절하면 벌금이 6만 파운드(약 1억 700만 원)에 이르지만 퍼거슨 감독은 "절대 안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차갑던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녹인 것은 데이비드 리처즈 프리미어리그(EPL) 회장이다. 1999년부터 프리미어리그를 이끌어 온 리처즈 회장은 EPL을 위해 스타 감독인 퍼거슨이 반드시 BBC와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처음 퍼거슨 감독은 "BBC가 사과하기 전에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못박았다. BBC도 "퍼거슨은 사과 받을 자격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리처즈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둘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 그는 직접 퍼거슨 감독과 톰슨 대표를 설득했다. 그리고 24일 퍼거슨 감독에게 "만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직 정확한 날짜를 잡지 않았지만 영국언론은 이번 시즌 전에는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