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을 가득 메운 경마팬들이 경주를 지켜보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만원의 즐거움.
소액으로 건전하게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이 갈수록 늘고 있어 '경마=도박'이란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마사회가 최근 5년(2007~2011.2)간 서울과 부산경남, 제주경마장 및 전국 장외발매지점을 이용하는 경마팬을 대상으로 구매성향을 분석한 결과, 일회 구매(베팅)금액이 만원 이하인 경우가 70.6%에 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 동안 총 발매건수는 5억2020만1000건이며 그 중 일회 5000원이하의 발매건수는 45.7%인 2억3755만4000건이었다. 일회 5100~1만원의 발매건수는 24.9%(1억2939만6000건)이었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회 발매건수는 한 경주당 구매건수를 의미한다. 결국 경마팬의 70%는 한 경주 당 1만원 이하의 소액베팅을 즐기는 건전경마팬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7년 이후 총 발매건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매출이 더 이상 늘지않고 있다. 이는 경마고객이 늘었지만 대부분 소액으로 베팅을 즐겨, 매출이 늘지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그만큼 건전한 경마팬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4억279만9000건이었던 총 발매건수는 2010년 5억2020만으로 약 1억건 정도 늘었지만 매출은 2008~2010년 내내 7조2000억~7조57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만원 이하의 소액구매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2월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만원권 이하 소액구매 비율은 70.8%로 전년대비 0.2%로 높아졌고, 10만원권 구매비율은 3.6%로 전년대비 0.3% 낮아졌다. 한국마사회는 경마고객의 구매성향이 점차 소액으로 변하고 있는 최근 추세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 경마공원의 가족테마공원 기능 확대한국마사회는 그동안 경마공원을 가족테마공원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포니랜드 개장, 시즌별 다양한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행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경마공원을 찾는 가족단위 고객과 젊은층 고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계층의 고객들은 기존 중장년층 경마팬들보다 소액으로 경마를 즐기려는 성향이 높아, 전체적인 구매금액 하향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 삼복승식 도입으로 건당 구매금액 감소2010년에 전면 시행된 삼복승식도 구매금액 소액화에 한몫을 하였다. 삼복승은 1등, 2등, 3등을 순서와 상관없이 모두 맞추는 승식으로 적중 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맞추기 어려운 승식일수록 건당 구매금액이 적어져 결과적으로 구매건전화의 경향을 나타나게 된다. 삼복승식은 전면 도입된 2010년 첫해 13.2%의 점유비를 차지하였고, 건당 구은 9,318원으로 건당 구매금액 평균금액인 14,565원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 계좌투표 활성화 등 다양한 경마건전화 정책 시행2010년 한국마사회가 시행한 다양한 경마건전화 정책도 구매금액 소액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띠는 정책으로는 계좌투표의 활성화이다. 사감위의 정책에 따라 중단된 인터넷베팅으로 한때 계좌발매가 다소 주춤하기도 하였으나, 지난 한해 계좌투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시행되어 계좌투표 가입회원이 증가세로 전환하였다.
계좌투표는 금융기관 계좌와 연계된 KRA 계좌를 개설하고 전용단말기를 통해 마권을 구입하는 제도이다. 반드시 본인이 실명으로 가입해야 하며, 금융기관의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계좌개설이 가능한 제도로서, 별도의 현금소지가 필요없어 편리성의 뛰어난 반면, 구매상한선의 철저한 준수와 구매내역의 관리가 가능하여 계획성 있는 마권구매가 가능하다. 장외지점의 혼잡화와 구매상한선 미준수 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온라인베팅을 부활해야만 하는 제도적인 과제가 남아있는 실정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고객의 구매성향이 소액 건전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2011년도에도 경마건전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경마가 선진국과 같이 최고의 국민레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밝혔다.
류원근 기자 [one77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