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출중한 연기력은 짜임새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다. '미친 존재감급' 열연만 뒷받침된다면 대본과 연출력이 떨어져도 시청자를 홀릴 수 있을 정도. 반면 배우의 형편없는 연기력은 드라마에 있어 재앙에 가깝다. 극 몰입을 방해해 채널까지 돌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은 연기, 부정확한 발음, 어색한 표현력 등이 대표적인 지적 사항. 같은 이유로 시청자에 외면 받고 있는 천정명·장혁·차예련·윤정희 등 '몰입 방해 전문 배우'들을 모아봤다.
▶천정명: 감정만 이입되면 허둥지둥'아역보다 못한 연기력의 성인 연기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MBC 드라마 '짝패'로 첫 사극에 도전했지만 어색한 연기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 중 천민으로 태어나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세상에 반감을 품고 사는 근성을 표현해야 하지만 버거워 보인다. 양반에게 분노하고 힘 있게 일갈하는 장면에선 어눌하고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탓에 실소가 난다는 평.
주연배우의 어설픈 연기력에 '짝패'도 발목이 잡혔다. 7일부터 천정명·한지혜 등 성인 연기자를 투입해 큰 폭의 시청률 상승을 기대했지만 아역배우들이 출연했을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성인 연기자들이 투입되고 드라마에 대한 집중력이 확 떨어졌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매섭다.
한 드라마국 CP는 "사극의 경우 수염만 붙이면 외모가 가려지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천정명의 연기력이 이번에는 제대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혁: 현대극도 사극처럼 지나치게KBS 2TV 드라마 '추노'로 연기 대상을 받았지만 SBS 드라마 '마이더스'에선 연기력이 실종됐다는 평가다. 사극과는 달리 현대물에만 출연하면 존재감이 작아진다는 분석. 기대작 '마이더스'에서 주인공 김도현 역을 맡았지만 '추노' 대길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채 퇴보한 연기력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차가우면서 냉철한 '기업사냥꾼' 도현을 표현하기 위해선 강약 조절이 필수지만 지르는 연기는 사극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특히 기업인수를 반대하는 노동자에게 매몰차게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는 '추노'에서의 대길이 겹쳐보였다는 평. 장혁의 '맥을 끊는 연기' 때문에 스토리라인까지 빛을 잃었다는 평가다.
한 드라마국 PD는 "미스 캐스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와 새는 발음이 사극에서는 먹힐 수 있지만 현대극에서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22일 방송된 '마이더스'는 시청률 13.1%(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정체상황에 놓여 있다.
▶차예련: 명품 몸매가 아까운 어색한 표현력'명품 몸매'가 아깝다는 평가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발연기' 논란이 MBC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도 어김없이 불거졌다. 재벌가 JK그룹의 ‘똑소리’나는 딸 조현진을 연기해야 하지만 어색한 표현력 탓에 '헛힘'만 잔뜩 쓰고 있다는 지적.
'연기 고수' 염정아와 함께 잡히는 장면이 많아 부담스럽다. 부족한 연기력이 비교돼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 강렬한 카리스마로 맞서야 하지만 소리만 질러 귀가 따갑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신에선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불확실한 발음도 문제.
시청자 게시판에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는 신에서도 단지 대본을 크게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예련의 분노 연기가 어색해서 민망할 정도. 소리만 질러 극 집중에 방해됐다'는 혹평이 많다.
▶윤정희: 7년째 발음 논란윤정희는 오랜 무명생활 끝에 2005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당시 역시 무명이었던 이태곤과 함께 주연을 맡아 '막장 드라마' 논란 속에 열연했다.
발음 논란은 7년째 진행형이다. '하늘이시여', '행복한 여자', '가문의 영광' 등을 거치며 차츰 나아지는가 싶더니 SBS 주말극 '웃어요 엄마'에서 또 혀 짧은 소리가 난다고 지적받았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복수하는 역을 맡아 주부에서 국회의원 후보·신문사 기자·칼럼니스트·동화작가 등 다이내믹한 변신을 거듭한다. 역할 변화에 맞게 발성 자체도 세심하게 변해야 하지만 워낙 불안한 발음 탓에 톤이 일정하다는 평가. 또 발음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입모양이 굳어 어색해 보인다는 원성도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정희씨가 연기력만큼은 이번 드라마를 거치며 호평 받았는데 발음이 또 발목을 잡아 아쉽다"고 전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