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가 첫 탈락자 정엽을 배출한 채 한달 여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김건모 재도전'사태로 김영희에서 신정수 PD로 연출자를 교체한 '나는 가수다'는 대대적인 프로그램 '공사'를 예고한 채 27일 무려 165분간 방송을 했다. 2주 분량을 통째로 특별편성해 내보냈다. 기존 녹화분을 모두 내보내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다는 제작진의 뜻이다.
이날 방송에서 정엽은 윤도현의 '잊을게'를 불러 꼴찌가 됐다. 꼴찌 발표에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입을 뗀 정엽은 "'이제 벗어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내심 쾌재를 부를 것 같은, 심리적인 부담에서 해방됐다"면서 재도전을 포기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첫 탈락자'가 된 셈이다. 그는 "대중가요의 다양성을 여러분들이 느끼시질 바란다"며 무대를 떠났다. 이날 1위는 이소라의 '제발'을 부른 김범수가 차지했다. 김범수는 "데뷔 13년만에 첫 1위를 차지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했다.
이날 방송은 21일 녹화분이다. 20일 방송으로 촉발된 '김건모 재도전' 논란을 가수들 모두 알고있는 상태에서 무대에 섰다. 때문에 가수들은 첫 경쟁에 비해 한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MC 이소라 역시 '너무 감정적'이란 네티즌의 지적을 의식한 듯 진지하고 명확한 어조로 진행을 이어갔다. 이소라는 박정현의 '나의 하루'를 재즈풍으로 편곡해 부른 후 "너무 빨리 (김건모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다. 한번에 평가받아 탈락할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하겠다"라고 멘트했다.
논란의 장본인인 김건모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노래했다. "7등한 가수 김건모입니다. 청중평가단과 시청자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재도전할 수 있게 용기를 준 후배들에게 고마습니다. 이 무대에서 최선을 하겠습니다"라며 사과한 김건모는 정엽의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를 불렀다. 20년차 김건모의 내공이 진하게 느껴지는 무대였다. 김건모는 녹화 이틀뒤인 23일 밤 자진하차를 선언해 그에겐 마지막 무대가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는 가수다'는 많은 과제를 안고 휴업에 들어간다. 이날 방송이 끝난 후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라며 결방을 고지했다. 지난 20일 방송이 나간 후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일주일 사이에 김영희 PD 경질·김건모 자진하차·신정수 PD교체 투입까지 사건사고를 겪었다. 기존 출연가수들도 계속 출연을 할지를 두고 대혼란을 겪고 있어 장기간 '휴업'은 불가피하다. MBC 측은 "신정수 PD가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새로운 틀을 짤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결방이 될 것"이라면서 "4월 한달은 불방이 불가피하며 5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박정현·윤도현·백지영·김범수·이소라 등 출연진을 가수들은 계속 출연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한 가수의 매니저는 "'나는 가수다'가 좋은 음악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면서 "프로그램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본 후 가수들이 함께 보여 출연여부를 조심스럽게 논의할 생각이다. 28일로 예정된 녹화는 이미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