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초패왕 항우를 말할 때 그의 애마 오추(烏錐)는 빠지지 않는다. 오추는 주인인 항우에 충성을 다한 말로 유명하다.
오추는 검푸른 털에 흰털이 조금 섞인 덩치가 큰 말로 하루 1000리(400㎞)를 달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추는 초한지의 항우 편에 등장한다.
항우가 회계도산 인근의 산적인 우영과 환초를 회유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인근 백성들이 사나운 말 한 마리 때문에 농사일을 망치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한 농부는 “이 산에 큰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속에는 검은 용 한마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용이 말로 변해 날마다 마을로 내려와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과 집이 뒤흔들린다. 또 논이고 밭을 마구 뛰어다녀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가 연못에 가니 못의 물이 부글부글 끓더니 검은 말이 튀어나와 소리를 지르며 발로 사람을 차려고 했다. 항우는 말에 달려들어 목덜미를 움켜쥐고 힘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훌쩍 말 등에 올라타고는 연못을 10여 바퀴를 돌면서 말을 굴복시켰다. 오추라는 이름은 항우의 숙부인 항량이 지어준 이름이다.
오추는 항우와 만난 후 시종일관했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마지막 싸움이었던 해하전투(垓下戰鬪)에서 항우가 패했다. 항우는 한나라군의 포위를 뚫고 오강(烏江·쓰촨성에 위치)에 이르렀으나 낙담했다. 자신이 거느리던 10만의 군사는 대부분 전사했기 때문이다. 항우는 자신도 강을 건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항우는 오추를 자신의 호위 장수에게 주고 자결했다. 오추는 배를 타고 오강을 건너던 중 항우의 죽는 모습을 보고 슬피 울다가 강에 빠져 죽었다.
오추의 품종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혈마 계통인 적토마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기상 한혈마가 중국 지역에 보급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오추는 장건에 의해 알려진 한혈마에 비교하면 시기상 100년 이상 앞선 시기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오추를 당시 북방 민족인 흉노 계통의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한나라 초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한서 경제기에는 ‘말의 키 5척9촌 이상의 말·이빨이 아직 고르지 않은 말은 관문을 나가지 못한다’고 적혀있다. 한나라의 척은 23㎝로 5척9촌은 135.7㎝정도다. 이빨이 아직 고르지 않다는 것은 어린 말을 뜻한다. 좋은 말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지사항이었다.
말의 질적인 면에서 볼 때 중국의 말은 흉노의 말에 한참 뒤진다. 그래서 중국과 이민족간의교역에서도 중국은 물건 값을 말로 받았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좋은 말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북쪽 이민족뿐만 아니라 서방에서도 말을 구입했는데 좋은 말은 대게 북쪽에서 유입됐다. 변방의 이민족과 중국을 비교하면 중국측은 말의 품질도 떨어지는데다 말을 다루고 부리는 기술도 부족했다. 한혈마가 알려지기 전 까지 중국의 말은 대부분 북쪽에서 유입됐다.
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