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마니아들과 일본 미소녀 전대물 오타쿠들에게 강력한 어필을 하고 있는 개봉작 ‘써커 펀치’는 화려한 비쥬얼의 마술사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이다.
‘새벽의 저주’라는 독특한 데뷔작으로 등장한 그는 ‘This Is Sparta!’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영화 ‘300’을 통해 할리우드의 중요한 감독으로 올라섰다. 액션물의 스타일을 일신시킨 영화 ‘300’은 근육질 투사들의 호쾌한 전투 장면들로 유명하지만 에로틱한 장면들 역시 포진해 있다.
레오니다스 왕 앞에서 계시의 춤을 추는 신탁녀의 모습은 중력의 법칙을 초월하는 몸가짐과 그 역을 맡은 배우 켈리 그레이그의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 때문에 많은 이들의 애정을 받은 장면이다. 또한 레오니다스 왕이 출정하기 전 왕비와 나누는 정사는 애절함과 절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훌륭한 러브신이다.
스파르타 시대의 고풍스러운 침대 위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기인 고속촬영으로 담아낸 두 사람의 합환은 모노톤으로 처리된 화면과 은은한 달빛을 상징하는 조명 때문에 더욱 에로틱하다.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전사의 심정을 관객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300’의 러브신은 결국 숨막히는 액션과 짜릿한 에로스는 결국 상통한다는 사실 역시 증명하고 있다.
300의 성공을 뒤로 하고 만들어진 영화 ‘왓치맨’은 ‘저주받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의 거장 앨런 무어가 만들어낸 원작은 ‘슈퍼 히어로물의 시민 케인’이라는 별명의 걸작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스타가 등장하지 않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며 암담하고 또한 잔혹한 이 작품은 결코 ‘블록버스터’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슈퍼 히어로들을 둘러싼 음모와 그들의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는 이 영화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장면인 ‘수퍼 영웅들 간의 러브신’이 등장한다.
모든 사물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신적 존재 ‘닥터 맨해튼’의 연인이었지만 그의 비인간적인 사고방식에 질려버린 실크 스펙터 2세(말린 애커맨)는 인간미를 지닌 영웅 나이트 아울 2세(패트릭 윌슨)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실크 스펙터는 도발적으로 나이트 아울에게 대쉬하지만 갱년기에 접어든 나이트 아울은 쉽게 실크 스펙터의 유혹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랜만에 영웅의 코스튬을 입고 활약을 벌인 뒤 나이트 아울의 비행선 속에서 결국 뜨거운 정사를 벌이게 된다. 슈퍼 영웅의 코스튬을 벗고 드러나는 실크 스펙터의 나신은 영화 사상 수많은 러브신들을 단숨에 초절한다.
레너드 코헨의 명곡 ‘Halleluja’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벌어지는 히어로들의 정사는 영화 ‘왓치맨’을 더욱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