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었다. 여성에게 절실했던 구장 시설 '화장실'부터 '여자들의 야구'까지.
일간스포츠는 지난해 3월 25일 야구장의 여자 화장실 실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클린·그린 스포츠'를 화두로 내세웠다. 프로야구 650만 관중시대, 어느덧 여성 관중이 절반 가까이 증가했지만 화장실 시설은 여전히 열악했다.
본보는 '여성 팬에게 관전 환경은 가장 직접적이고 민감한 문제다. 애초 남자 화장실보다 적게 만들어진 여자 화장실 숫자는 거의 제자리다. 전국의 7개 구장 여자화장실의 변기 숫자는 총 549개. 구장별 78개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규시즌 동안 가장 많은 관중이 이용하는 잠실구장은 올해 8억 원을 화장실 증축과 리모델링에 쏟아 부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지난 1일 잠실구장 여성화장실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우인식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건축팀장은 "그동안 늘어난 여성 야구팬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쾌적한 환경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전했다.
가장 시급했던 변기 개수가 늘었다. 여성용 변기를 기존 125개에서 49개 더 설치했다. 57%나 늘어났다. 잠실구장은 1982년 준공 당시 남성 관중 위주로 화장실을 설계했다. 소변기까지 300대나 됐던 남성용 변기를 216개로 줄였고, 2·3층 남자 화장실 3곳을 여성화장실로 바꿨다. 우 팀장은 "층별 여자화장실 이용 대기 시간이 평균 3.5분에서 2.2분으로 단축됐다. 기존에는 화장실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혼잡했다"고 말했다.
분위기도 한결 깔끔해졌다. 화장실 외벽과 문을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칠했다. 단순히 생리현상만 해결하는 곳이 아닌, 외모를 가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형광등을 최신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우 팀장은 "기존보다 수 배 이상 환해졌다. 전기절약도 돼 일석이조"라고 밝혔다.
반응도 좋다. 두산 팬 진주애씨(24·교사)는 "이전엔 낡고, 대기시간까지 긴 화장실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소변을 참았다"면서 "일단 음침하지 않다. 야간 경기를 할 때 어둡기까지 하면 무섭다. 안전문제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화장대도 있고, 색깔도 파스텔톤으로 정비됐다. 한마디로 '가고 싶은 화장실'"이라고 말했다.
손아령(17)씨도 "빅 매치 때는 화장실이 붐벼서 경기를 놓칠 때가 있었다. 기존 화장실보다 개축한 곳을 더 많이 찾을 것 같다. 이제라도 여성팬을 고려해 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1년전 일간스포츠의 여자화장실 보도내용은? 딱 1년. 변화의 중심에 일간스포츠가 있었다. 일간스포츠는 2010년 3월 25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열악한 여자 화장실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65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여성팬까지 흡수하며 양적 성장을 이룬 KBO는 '클린·그린 스포츠'를 외쳤다. 그러나 '지구환경을 살리자'라는 문구는 화장실이 적어 기본적 생리현상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본보는 '최근 야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 팬에게 관전 환경은 가장 직접적이고 민감한 문제다. 남녀 비율이 5대5에 이를 만큼 여성 관중이 급증했음에도 여자 화장실 숫자는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시즌 50경기 이상 펼쳐지는 주요 구장 7곳의 화장실 평균 개수는 32개다. 지난해 경기당 1만1100여 명이 야구장을 찾았으니 3시간 넘는 시간동안 약 348명이 1개의 화장실을 공유하는 셈이다. 화장실마다 10개의 변기가 있다고 쳐도 30명이 넘는 사람이 변기 1개를 써야 한다. 화장실을 주로 이용하는 공수교대 시간과 클리닝타임 시간을 합치면 30분 남짓이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분'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일간스포츠는 '여자 화장실은 애초에 남자 화장실보다 적게 지어졌다. 7개 구장 여자화장실의 변기 숫자는 총 549개. 구장별 78개 정도다. 문학구장을 제외하면 총 334개로 구장당 56개로 줄어든다. 경기당 5000명이 넘는 여성 관중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 배경을 꼬집었다.
8개 구장의 화장실 변기 개수와, 현황까지 낱낱 하게 적시한 이 보도는 파장이 컸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 우인식 건축팀장은 "지난해 여성 화장실 문제를 지적한 언론매체와 팬들의 의견을 접수했다. 체육시설관리사업소도 고심을 거듭했고, 올해 개선작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