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수염과 함께해야 하는데요."
LG 4번타자 박용택(32)의 성적은 긴 머리와 수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타격감이 좋을 때, 박용택의 턱과 코 밑은 어김없이 거뭇거뭇하다. 머리카락도 다소 제멋대로 자라있다. 평소 패션에 관심 많은 박용택이지만, 머리카락과 수염만큼은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지저분해야 공이 잘 맞는다"며 자연스럽게 둔다. '패션 청정지역'인 셈이다.
올시즌 박용택의 방망이는 불이 붙었다. 타율이 0.306으로 규정 타석 이상을 채운 LG 타자들 가운데 조인성(0.347)이병규(0.318)에 이어 3번째로 높다. 3홈런·11타점·12득점으로 활약도 알토란같다. 프로야구 개막 3주차까지 야수의 성적을 19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하는 '카스포인트'에서도 박용택은 1위를 달렸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높은 시즌 초반 타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박용택은 타율 0.179에 1홈런 7타점·5득점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0.278에 무홈런·10타점·13득점을, 2007년에는 0.233에 2홈런·6타점·5득점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시범경기 중 늑골 부상을 당해 4월 25일 1군에 합류했다.
박용택은 "요즘 잘 맞고 있으니 수염도 계속 함께 간다. 나중에 슬럼프가 오면 그 때 싹 밀겠다"며 "시즌 내내 수염과 함께하고싶다"며 웃었다.
덥수룩한 털 때문에 얼굴은 다소 초췌해졌지만, 몸매는 매끈해졌다. 거포 변신을 위해 올 시즌 전 7~8kg 몸무게를 불렸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5kg정도가 빠졌다. "잃어버린 몸매를 성적으로 보상받겠다"던 그는 "이제는 몸매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나 뿐 아니라 팀이 좋은 성적 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