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잉~"
개그우먼 김영희(28)가 매주 일요일 저녁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두분 토론'에서 내뱉는 말이다. 다소 촌스러운 단발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거만한 표정으로 던지는 이 짧은 한 마디로 김영희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KBS 공채 25기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동기들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TV 광고는 2개를 찍었고 라디오 광고는 6개를 했다.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새롭고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달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영진과 함께 '두분 토론'에서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영진 오빠가 '우린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농담삼아 종종 말한다. 하루는 내가 아파서 '개그콘서트' 녹화에 불참한 적이 있었다. 나 때문에 영진오빠도 '두분 토론' 녹화를 못했다. 오빠가 '방송 1회를 쉬게된 것과 정신적 피해 보상비를 받아야겠다'며 2000만원을 달라고 했다. 참 현실적인 오빠다. 하하. 사실 이렇게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족같이 편한 오빠다."
-오랫동안 호흡을 하면 사랑하는 감정도 생길 것 같다."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오빠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빠가 정말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면 내 전재산의 70% 정도를 빌려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다. 단 꼭 갚겠다는 서약서는 받을 거다."
-인기 실감하나."대구 출신이라서 그런지 목소리만 듣고도 사람들이 알아봐주신다. 자동차 운전 면허증이 없어서 버스와 지하철를 타고 다녔는데 요즘에는 절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3개월 전 지하철에서 입을 벌리고 잔 적이 있다. 그때 찰칵하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누가 찍었는지 결국 못 알아냈는데 그 이후로 겁나서 택시만 타고 다닌다."
-개그우먼이 된 계기는."25세 때 개그우먼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신봉선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신봉선 선배님을 존경하다보니 어느 날 TV를 보는데 탤런트 김태희씨 보다 선배님이 예뻐보이더라.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은 내 성격이랑도 잘 맞는 것 같다. 난 어려서부터 엄청 시끄럽고 웃긴 아이였다.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도 나만 혼자 목이 쉬더라. 장기자랑 시간에 제일 먼저 나가서 개인기를 할 정도로 남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공채 시험은 어떻게 보게 됐나."인터넷 카페를 통해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서 개그 연습을 했다. 우연히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코미디언 오디션을 봤는데 그 때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냥 던진 말 한 마디에도 웃음이 빵빵 터지더라. 이후 대학로에서 활동을 하다가 공채 시험까지 보게 됐다. 사실 KBS 시험을 보기 전 MBC 공채 시험에 합격했었다. MBC 개그우먼으로 뽑혔지만 제대로 활동도 못해봤다. 내 실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기 위해서 KBS 시험을 다시 봤다. 운 좋게 합격했다."
-연애는 안하나."연애를 안한지 꽤 오래됐다. 사실 난 교제하는 동안 밀고당기기를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이 나한테 매력을 잘 못느끼고 금방 떠나버리더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안좋아하더라."
-휴대폰이 핑크색이다."귀엽고 여성스러운 소품과 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지보다 치마를 선호한다. 바지는 핫팬츠 스타일만 종종 입는다. 옷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옷을 좋아하는데 대부분이 치마다. 진주·레이스와 같이 옷에 뭐가 달려있는 것을 좋아한다. 꽃 프린트가 들어간 의상도 좋아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나."수입의 대부분을 옷 사는데 쓸 정도로 엄청 관심이 많다. 내일 뭐 입을지 항상 계획을 세워두고 잘 정도다."
-돈을 벌면 뭐를 제일 먼저 하고 싶나."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 내가 개그우먼이 되면서 엄마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셨다. 정말 좁은 집에서 살고 있다. 유일하게 있는 방 하나를 옷방으로 만들었다. 다른 짐은 전부 거실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엄마는 아직 짐을 풀지도 못했다. 상자에서 옷을 하나씩 꺼내서 입은신다. 그런데 엄마가 매실을 담은 장독대를 거실에 둬서 집이 더 좁아졌다."
-향후 계획은."2011 백상예술대상 예능상(여자) 후보에 올랐다. 꼭 한 번 참석하고 싶었던 시상식이다. 그 날 어떤 옷을 입을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매력을 발산할거다. 아직은 개그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무대가 무섭다. 무대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놀 수 있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
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