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가 복귀작에서 홈런을 날렸다. MBC 수목극 '로열패밀리'에서 미스테리한 인물 김인숙을 연기해 '최고의 캐스팅'이란 극찬을 받은 것. 극중 김인숙은 '양파녀'라는 별명까지 얻을만큼 실체가 불분명했던 인물이다. 재벌그룹 회장 김영애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매회 다른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힘든 캐릭터를 맡아 그만큼 긴장하면서 연기에 임했던 염정아. 그는 '로열패밀리'가 종영한지 채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털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종영후 며칠간 어떻게 지냈나."실컷 자고 아이들이랑 놀면서 주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갔다. 어제도 놀이공원에 아이들을 데려가 신나게 놀다가 왔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피로는 금방 풀리더라. 김영애 선생님이 '야, 넌 두 달은 더 해도 되겠다'고 하셨을 정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기 자체는 힘들었다. 김인숙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당장 나부터 이 인물에 대해 파악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야했다. 김인숙이 매 신마다, 또 다른 인물을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걸 봤을거다. 그걸 표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젠 사이코패스 역할도 문제 없을 것 같다."
-김인숙 역을 맡은 걸 후회했던 적도 있나."처음엔 너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하다보니 힘들어서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좋은 반응을 얻어 다행이다. 이젠 정말 속 시원하다."
-결과적으로 호평받았다."거의 6~7개 캐릭터를 한번에 소화한 느낌이다. 워낙 보기 드문 캐릭터인데다 강한 역할이라 더 잘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는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기를 낳고 난 뒤 복귀작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여배우라는 점에서 스스로 달라진 부분이 있나."촬영을 하는 동안 남편이 내게 많이 밝아졌다고 하더라. 물론, 집에서도 행복한 아내, 그리고 엄마의 모습이었지만 여배우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일에 빠져 지내는 모습이 좀 다른 분위기로 보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과 일을 다 가졌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촬영하는 동안 아기들 보고 싶어 힘들었겠다."정말 미치도록 보고싶었다. 사진보고, 동영상 보면서 버텼다. 자꾸 떠올라 나중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이 안 될 정도였다."
-남편은 보고 싶지 않았나."무슨 소리. 우린 여전히 잉꼬부부다. '로열패밀리'를 시작할 때부터 남편이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고생했으니 하고 싶은 일 실컷 해보고 돌아오라'고 했다. 멜로도 마음껏 하라고 하더라. 지성과의 키스신이 나갈 때 내 딴에는 신경이 쓰여서 아예 TV를 못 보게 했는데 이미 기사를 보고 다 알고 있더라. 그러면서도 내가 신경쓰지 않도록 오히려 배려해줘 고마웠다."
-주부로서 특기가 있다면."청소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 집에 있으면 가만있질 못하고 항상 쓸고 닦기를 반복한다. 운동효과도 상당하다. 대신 요리는 못한다."
-차기작 얘기는 오가고 있나."당분간은 주부로서의 생활에 올인할 예정이다. 요즘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들과 자주 어울린다. 함께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며 '절친'으로 지낸다. 내가 결혼을 늦게 한 탓에 학부모 중에선 왕언니 격이다. 그들도 처음엔 연예인과 만나는 걸 신기해했는데 이젠 굉장히 편하게 잘 지낸다. 워낙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내 성격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재능과 노력 둘 중 어느 쪽이 더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나."솔직히 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노력을 안 하는 편이다. 김래원·박해일 등 함께 연기했던 남자배우들은 정말 굉장한 공부벌레들이었다. 인맥관리도 철저하다. 아는 감독이나 배우도 많았고 많은 영화를 알고 있었다. 캐릭터를 받으면 집중 분석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없다. 그런데도 중간은 가고 있는 걸 보면 재능이 있는 편인가 싶기도 하다.(웃음)"
-마지막 장면을 두고 말이 많다. "나는 그 장면에서 김인숙과 한지훈이 죽은 거라고 생각했다. 김인숙은 결국 한 남자의 열정적인 사랑을 받아봤으니 행복한 인물이다."
-'1박2일' 출연이 예정돼 있다. 기존 멤버중 짝을 이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당연히 이승기.(웃음) 원래 그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촬영할 때가 아니면 항상 매주 본방사수를 했다. 사실 공감가는 캐릭터는 강호동이다. 동생들을 챙기고 자신의 뜻을 밀어부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 나 역시 어떤 자리에 가면 내 스타일대로 그 분위기를 몰고가곤 한다. 원래 내가 장난기도 많고 활달한 편이다."
-코믹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나."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코미디가 잘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코믹연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아무래도 난 심각한 캐릭터를 해야 할 운명을 타고났나 보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