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월트 디즈니는 세계 최초의 장편(60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개봉했다. 당시 만화 영화의 평균 길이는 6분이었다. 과연 이렇게 긴 만화 영화를 관객들이 끝까지 볼 것인가. 이 작품은 디즈니사에겐 사운을 건 최대 모험이었다. 결국 모험은 성공했다.
월트 디즈니사의 80년 역사를 담은 '월트 디즈니 특별전'이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5개월 동안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아기 돼지 삼형제'(33년)를 비롯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37년) '미키와 콩나무'(47년) '인어공주'(89년) '미녀와 야수'(91년) 최신작 '라푼젤'(2010년)까지 디즈니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디즈니의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원화와 셀(초기 애니메이션은 셀룰로이드에 수작업으로 그려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 6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디즈니 스토리텔링의 비밀
월트 디즈니는 민담·전설·신화·우화·안데르센의 동화 등을 각색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집안 책상이나 도서관에 꽂혀 있는 그 훌륭하고 오랜 원작과 이야기들이 사람들이 다시 읽고 싶은 작품으로 태어나길 꿈꾼다"고 선언하면서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의 최대 고민은 원작을 어떤 식으로 각색해 지금의 관객에게 사랑받도록 하냐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세련된 스토리텔링에 신경썼다. 그림 형제의 버전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굉장히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였다. 못된 왕비는 강제로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장에 끌려나와 벌겋게 달아오른 쇠 신발을 신고 춤을 추다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이번 전시의 모든 자료를 제공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서치 라이브러리(ARL)의 렐라 스미스 관장은 "디즈니는 관객들이 왕비의 방해 없이 행복한 결말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찌감치 왕비의 존재를 없애 버리는 스토리텔링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아기돼지 삼형제' '토끼와 거북' 등을 통해 디즈니가 기존의 이야기에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고, 원작의 주제를 중심으로 주변부에 유머 코드를 배치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디즈니사의 초창기 주력 아티스트 조 그랜트가 1935년 직접 작업한 '토끼와 거북'의 재미난 셀 원화 등도 전시되고 있다.
▶어린이보단 어른에 초점 맞춰
이번 전시는 어린이의 높눈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보면 어른이 봐야 할 전시다. 미키마우스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사진 찍기를 기대한다면 아마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호주를 거쳐 전세계 세 번째로 열리는 이 전시는 디즈니의 귀중한 자료를 공개하는 성격이 짙다. 디즈니사가 1940년대·60년대 두 번에 걸쳐 제작하려다 실패한 미완성 애니메이션 '헨젤과 그레텔'의 파스텔 스케치와 음악 악보 등도 관객의 미소를 짓게 한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 캐릭터 디자이너인 김상진씨는 "이번 전시가 많은 성인이 디즈니에 깊이있는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