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만 사제의 연이 맺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예계에는 이경규-강호동, 조용필-신승훈의 예처럼 오래 쌓아온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정신적 사제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개그맨 이경규와 강호동은 공인된 사제관계다. 강호동이 1993년 씨름 선수를 은퇴할 당시 방송계 입문을 권유한 사람이 이경규다. 방송사 PD들에게 강호동을 소개하며 '방송에서 뜨지 못할 경우 은퇴하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는 이야기는 방송계에서 유명한 일화. 이에 강호동도 2009년 KBS 연예대상을 받으며 "15년 전 이경규 선배님이 '강호동은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다. 내 인생 최고의 지휘자 이경규 선배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며 눈물의 소감을 밝히며 이경규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수 신승훈에게 조용필은 하나뿐인 멘토. 데뷔 전 조용필의 주옥같은 명곡들로 음악공부를 했고, 이후에도 롤모델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신승훈은 한 방송에서 "가요계가 전쟁터였다면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 조용필의 동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용필도 최근 신승훈이 출연중인 MBC '위대한 탄생'에 깜짝 등장해 지원사격을 했다.
가수 이선희는 발굴부터 교육까지 '논스톱'으로 이승기를 책임졌다. 이승기 부모님이 가수 데뷔를 허락한 것도 이선희에 대한 '절대신뢰'가 있어서다. 이승기는 2004년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를 발표한 뒤 방송에서 스승 자랑을 늘어놔, '이 노래의 주인공인 '누나'가 이선희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이선희는 "대학로에서 라이브 극장을 할 때 고등학생이던 이승기가 찾아왔다. 그 때부터 후광이 보였다"고 칭찬했다.
가수 겸 배우 비는 박진영을 만나 세계적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2008년에는 각자의 길을 걷기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하지만 비가 군입대를 1년 여 앞두고 다시 손을 잡았다. 입대 전까지 노래와 연기에만 전념하기 위해서 스승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박진영도 "비가 활발한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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