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토일렛픽쳐스 제작, 강형철 감독)가 개봉 2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요즘같은 한국영화 흥행 갈증 속에 단비같은 성적이다. 원동력은 언제나 그렇듯 잘 짜여진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열정이었다. '과속 스캔들'로 대박을 터뜨렸던 강형철 감독은 1980년대로 시선을 돌려 누구나 간직한 여고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유호정을 비롯한 14명의 주인공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인물 하나하나를 생동감있게 살려냈다. 2002년 '취화선'이후 9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유호정은 "영화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낸 데에는 남편 이재룡씨의 응원이 컸다"며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 같다. 이번에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했다"고 활짝 웃었다.-벌써 200만이 넘었다. 흥행소감은."개봉 전에는 사실 좀 불안했다. 영화를 오랫동안 쉬었기 때문에 작품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을 하면서 걱정이 조금씩 사라졌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크린 컴백에서 뭐가 가장 두려웠나."내가 감독님의 디렉션이나 현장 느낌에 따라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다. 마음에 맞으면 정말 잘되고 그렇지 않으면 소심해지는 것이다. 이번엔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현장에서는 이런 느낌이 맞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남편 이재룡씨의 응원은."오랜만에 영화를 하기로 마음 먹는 과정에서 많은 용기를 줬다. 시나리오 때부터 '재미있겠다. 한번 해봐라'고 북돋웠다. 그게 힘이 많이 됐다.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눈물을 흘렸다'며 굉장히 만족해했다."
-신애라·하희라·오연수 등 친한 동료들이 질투하진 않던가."평소 너무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질투 같은 건 없고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고 하더라. 비슷한 연령대로서 영화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커서 '우리 참 그땐 그랬었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속 교복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더라."쑥스럽다. 연기할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엔딩 부분의 댄스신이 인상적이었다."데뷔 후 그렇게 안무를 다 외워서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 때문에 두 달을 연습했다. 개인교습도 받았다. 그러나 나이 들었다는 걸 실감했다. 아역을 맡은 친구들은 똑같은 댄스장면 연기하는데 두 번만에 오케이 사인 받았더라."(웃음)
-진희경·홍진희도 오랜만이었다."희경 언니는 드라마 '앞집 여자'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 내가 영화쪽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고마운 사람이다. 진희 언니는 처음이었는데 극중에서는 역할이 다소 거셌지만 실제론 매우 여성스럽고 소녀같은 분이다. 언니 때문에 즐거웠다."
-여고생 유호정은 어떤 학생이었나."튀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서는 걸 싫어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남녀공학이어서 남자학생들이 많이 따라다닌 것 같기는 하다."(웃음)
-실제 유호정은 어떤 엄마인가."큰 아들이 열살, 작은 딸이 일곱살인데 아이들에게 좀 깐깐한 편이다. 그래서 큰 아들은 엄마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것만 봐도 알아서 공부한다."(웃음)
-아이들이 배우를 하고 싶어한다면."스스로 잘 관리한다면 배우는 직업적으로도 좋은 직업인 듯하다. 아이들이 나중에 성장해서 하고 싶어한다면 시킬 것 같다."
-40대를 넘은 여배우로서 자신을 돌아본다면."겸손이 아니라 한번도 내 스스로 내가 톱이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주연을 점점 못하게 되고 스타덤에서 내려오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저 배우로서 출연 분량이 적더라도 유호정이라는 존재감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0만 파티 언제하나."300만에 하기로 했다.(웃음) 그렇게 된다면 기분 좋아서 우리집에서라도 파티를 하고 싶을 것 같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