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23·넥센)는 지금껏 야구로 칭찬 한 번 들어본 적 없다. 톺아보면 그랬다.
서울고 시절 1루수였던 그는 2학년 말에 투수로 전향했다. 프로 입단 뒤에도 눈에 띄지 않지는 마찬가지. 지난 겨울 동기들이 모두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도 그는 2군에 남았다. "비행기 한 번 타보고 싶었다"고 했다. 따뜻한 타국 대신 추운 한국땅에서 묵묵히 공을 던졌다. 그리고 6월. 김대우가 비상하고 있다.
김대우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인 5일 한화전서 8회 말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4탈삼진을 잡으며 호투했다. 그는 전날인 4일에도 1이닝 3탈삼진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짱짱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선·후배들에게 문자를 많이 받았다. '축하한다·드디어 해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좋으면서도 얼떨떨했다"고 털어놨다. 그럴 만 했다. 김대우는 "야구하면서 칭찬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다"고 했다. 들어본 말이 있다면 "성실하다"는 격려. 그는 "어렸다. 당시는 그 말이 미욱하다는 뜻이라고 여겼다"고 회상했다.
김대우를 기쁘게 하는 건 야구 선배의 칭찬도, 동료의 부러운 시선도 아니었다. 부모님의 행복한 미소였다. 5일 대전 구장에는 그의 부모님이 찾았다. 김대우는 "입단 뒤 부모님이 처음 경기장을 찾았다. 멋진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아들 노릇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혹시 아들이 부담을 가질까 싶어, 온다는 사실도 알리지 못한 부모님이었다. "경기 뒤 부모님이 '자랑스럽다, 고맙다'라고 하셨다. 어떤 칭찬이나 찬사보다 기뻤다."
바닷바람이 차가운 강진의 2군 구장. 그는 선배들을 보며 화려한 비상을 꿈꿨다. "올해 초 김일경·송지만 선배가 2군에 내려왔다. 대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조언을 들었다. 타자가 보는 언더스로 투수의 약점, 투수가 지켜야 할 마음가짐 등을 배웠다."
마무리 손승락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전년도 세이브왕 손승락은 그의 롤모델이다. 김대우는 "강한 투수다. (손)승락형을 닮기 위해 이미지메이킹을 했다"면서 "형이 '지금은 상대가 너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잘 치지 못한다. 하지만 1~2년 뒤에는 맞게 된다. 발전하기 위해 끊임노력하라'고 충고해줬다. 마음에 잘 새겨뒀다"고 말했다.
그는 '손·승·락'이라는 이름으로 지은 삼행시를 들려줬다. 김대우는 "어느 팬이 지어준 것을 우연히 읽었다. '손'승락은·'승'승리를 지키는·'락' 자물쇠(Lock)다. 어려운 상황서도 뒷문을 잘 막으며 팀을 도운 형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내 이름이 큰 대(大)에 도울 우(祐)다. 형처럼 팀을 돕는 투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사진=넥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