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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더비 우승마 마주 꿈 무산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엡섬 더비 도전은 이번이 두번째다. 1981년 처치 퍼레이드(Church Parade)란 경주마로 처음 우승을 노렸지만 5위에 그쳤다. 이후 30년만에 미국산 3세마인 칼톤하우스(Carton House)를 내세워 평생의 소원을 이루려 했으나 이번에도 푸르모아(Pour Moi)란 복병마에게 덜미를 잡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영국 왕실은 1990년 에드워드 7세가 소유했던 미노루(Minoru)가 엡섬더비에서 우승한 후 100년이 넘도록 우승마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왕은 자산이 재위하는 동안 반드시 더비 우승마를 배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두 번의 도전이 모두 무산됐다.
경마의 종주국답게 영국 왕실의 경마 사랑은 지극하다. 왕실 소유의 애스콧 경마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년 25마리 내외의 경주마를 주요 경마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4살 때 할아버지인 조지 5세에게서 조랑말을 선물받은 후 말과 경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여왕에 등극한 후 영국과 전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살고 있지만 정작 '더비 우승마의 마주'란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왕에 앞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도 '수상보다는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역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여왕의 경주마, 아쉬운 3위
2400m 경주로 펼쳐진 올해 앱섬 더비는 총 13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했다. 경주 초반 멤피스 테네시(Memphis Tennessee)가 선행을 이끌었으나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푸르모아, 칼톤하우스, 트레주얼비치(Treasure Beach) 등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며 막판 경합을 벌였다. 결승전 직전까지 혼전으로 치닫던 경주는 폭발적인 뒷심을 보여준 푸르모아가 트레주얼비치와 칼톤하우스를 2위와 3위로 밀어내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칼톤하우스가 경주 후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하며 우승권에 근접하자 여왕을 비롯한 왕실 식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100년만의 왕실 경주마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결승선 직전 푸르모아가 치고 올라오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전세계 더비 경주의 효시,엡섬더비
영국의 엡섬 더비는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마대회이다. 1780년 시작돼 올해로 232회를 맞이할 만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엡섬 더비는 중단되지않고 열렸을 정도로 영국인이 이 대회에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2400m 잔디주로를 달리며 총 125만 파운드의 상금이 걸려있다.
현재 경마를 시행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국의 엡섬 더비를 본떠 자체적인 더비(미국 켄터키 더비, 일본 재팬더비, 홍콩 홍콩더비, 한국 코리안더비)경주를 열고 있다. 이후 더비경주는 각국에서 가장 뛰어난 3세 경주마를 가리는 대회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TIP] 엡섬다운즈는…
런던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영국 대표 경마장이다. 1661년 처음 경마가 열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779년 3세 암말들이 겨루는 ‘오크스’가 시작됐으며, 이듬해 3세 수말과 암말이 모두 참가하는 엡섬 더비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 두 경주는 영국의 대표적인 경마대회로 자리매김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9년 2800만 파운드(한화 약 500억원)를 들여 최신식 관람대를 지었다. 경마일에는 관람대로, 경마가 열리지 않을 때는 회의나 전시 등 행사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엡섬더비 주요 우승마
◇다이오메드(diomed)=영국산 경주마로 엡섬더비 최초 우승마다.
◇쉐거(shergar)=아일랜드산 경주마로 1981년 우승마다. 당시 쉐거는 2위마와 무려 10마신(약 24m)의 거리차를 두었는데 이는 엡섬더비 사상 최대 거리차다. 쉐거는 같은 해 아이리시 더비 경주 등 굵직한 경주를 연이어 석권한 뒤 씨수말로 활동했는데 1983년 6명의 무장강도에게 납치돼 살해당했다. 범인들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북아일랜드 반정부무장단체(IRA)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다.
◇람타라(lammtarra)=미국산 경주마로 영국으로 수입된 후 1995년 엡섬더비와 프랑스 개선문상 등에서 우승했다. 그해 유럽 최고 3세마로 뽑힌 뒤 3000만 달러에 일본으로 팔려갔다. 람타라를 사들인 일본생산자협회는 람타라의 좋은 혈통과 완벽한 경주성적 때문에 기량이 출중한 자마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류원근 기자 [one77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