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함 때문에 민감한 분위기다. 얼마 전에는 해상자위대원들이 음란사진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은 특급 기술이자 기밀인 일본 이지스함의 레이더 정보를 비롯한 군사기밀이 유출되었다. 유출된 기밀에는 이지스함에 탑재된 이지스시스템 가운데 여러 개의 목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레이더의 성능 정보와 요격미사일시스템 도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문제로 한동안 일본 열도가 시끄러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이 동북아 최강의 이지스함을 2008년부터 실전 배치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한국 해군은 현대중공업에서 막바지 건조 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제1번함을 시작으로 연이어 KDX-Ⅲ 이지스함 3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며칠 전 또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2006년에 도입한 최첨단 이지스함 ‘아시가라’의 특급 기밀정보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사건은 중국인 외교관의 피살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며칠 전 밤, 중국인 외교관 장쯔이가 일본의 어느 도로변에서 칼에 찔려죽은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장쯔이의 시체 주변에 특급 기밀정보로 분류된 일본 이지스함 아시가라의 세세한 정보들이 담긴 기밀문서들이 널려 있었던 것이다.
조사결과 그 문서들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 일본의 해상자위대 간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중국 외교관이자 비밀 첩보원인 장쯔이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장쯔이는 일본의 어느 산속 호텔에서 그 비밀문서들을 넘겨받은 뒤 차를 몰고 중국 대사관으로 가던 중 도로변에서 어떤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장쯔이는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에서 20m쯤 떨어진 산속에서 칼에 찔려 죽어 있었다.
사체 인근에서 발견된 기밀서류 한 장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장쯔이의 피가 묻은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장문(손바닥의 지문)을 조사하던 일본 수사관들은 곧바로 짱쯔이와 알고 지내던 한국인 외교관 황세연씨를 체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기밀 서류에 찍혀 있는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의 주인이 바로 황세연씨였던 것이다. 하지만 황세연 씨는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알리바이가 없었다. 황세연 씨는 살인사건이 있었던 그날 밤 일본 친구와 술을 마셨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숙소로 가려고 택시를 잡아탔다고 했다. 그 뒤 택시 안에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어느 공원의 벤치에 누워 있었다는 주장이었지만 목격자가 아무도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급히 일본으로 날아가 은요일 요원은 일본 수사기관에 억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황세연씨를 만났다. 황세연 씨는 은요일 요원에게 억울하다는 말만 뒤풀이 해댔다. 어떤 큰 음모에 자신이 말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몇 가지 증거들을 살피던 은요일 요원은 피 묻은 황세연 씨의 손바닥 자국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살인사건 현장에 어떻게 딱 하나의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이 그토록 선명히 찍혀 남아 있었을까? 손바닥 자국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은요일 요원은 황세연 씨의 손바닥 자국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렇지! 이건 스스로 찍은 손바닥 자국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에 의해 찍힌 손바닥 자국이 틀림없어!”
은요일 요원은 일본 수사기관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재수사를 요청했다. 곧 일본 수사기관은 은요일 요원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황세연 씨는 어떤 음모에 휘말린 것이 틀림없었다. 그날 밤 누군가가 술에 탄 약을 먹고 택시 안에서 정신을 잃은 뒤, 누군가가 살해된 장쯔이의 피를 황세연 씨의 손에 묻혀 기밀서류 한 장에 손도장을 찍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손도장에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찍었을 때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이 발견한 증거, 황세연 씨의 손바닥 자국에서 이상한 점은 무엇일까? [정답]황세연 씨의 피 묻은 손바닥 자국에서 이상한 점은 엄지손가락이 찍혀 있는 모양이다.
스스로 손을 움직여 종이에 프린팅을 하면 엄지손가락의 모양이 아래와 같이 찍힌다. 엄지손가락이 밑이 아닌 검지 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찍으면 엄지손가락의 옆 부분이 찍힌다.
하지만 문제의 손바닥 자국은 옆 부분이 아니라 옆과 앞의 중간부분이 넓게 찍혀 있다. 황세연 씨의 손바닥 자국이 찍힐 때 누군가가 엄지의 지문이 선명히 찍히도록 엄지손가락을 눌렀기 때문이다. 외부의 힘이 엄지손가락을 눌러 엄지손가락이 뒤틀리지 않으면 스스로 한손으로 찍어서는 엄지의 앞부분이 찍히지 않는 게 손의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