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느 분식점을 가나 손님 앞에서 바로 김밥을 싸준다.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잡은 즉석김밥은 17년 전 대학로 10평 남짓의 '김가네 김밥'이라는 분식점에서 시작됐다.
김용만(55) 김가네 회장이 아내와 함께 쇼윈도에서 주문과 동시에 즉석으로 김밥을 만들어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전국에 400여개가 넘는 가맹점에 주꾸미 전문점 '쭈가네'와 보쌈·족발·쌈밥 전문점 '보족애'를 둔 국내 대표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인이 됐다.
김 회장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 가맹점에 정직하고, 맛·품질에서 고객에게 믿음을 주고, 좋은 식자재와 정성 담긴 서비스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이 철칙을 지켜왔기에 다른 어떤 곳보다 폐점율이 낮다"고 자신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명가로 명성을 쌓은 김 회장이 최근 레스토랑 컨셉트의 치킨 전문점 '루시'를 시작했다. 그를 17일 서울 광진구 김가네 본사에서 만났다.
-루시로 치킨 프랜차이즈에 뛰어들었는데."국내 치킨시장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하고 매년 성장세다.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템 역시 치킨이다. 하지만 치킨 전문점의 수가 약 3만5000여개에 이르는 포화시장이다. 차별화된 아이템 없이는 신규 브랜드가 성공하기 녹록치 않다. 루시는 3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탄생, 치킨 시장을 이끌 브랜드다."
-루시의 차별화는. "치킨 전문 요리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지향하고 있다. 국내산 냉장육을 주 원료로 건강을 지켜주는 슈퍼푸드를 활용, 치킨 메뉴를 조리한다.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고객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주 메뉴는."바삭한 맛의 '골드써니'와 고추를 곁들인 매콤한 맛의 '핫올드팝', 마늘과 간장소스로 맛을 낸 '갈릭소이스캔들', 담백하고 촉촉한 '퓨어하모니' 등이다. 치킨무 대신 오이·당근·양파·고추·레몬·통후추·월계수 잎 등의 각종 채소와 과일로 만든 '슈퍼피클'과 함께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루시를 성장시킬 전략은."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본사의 지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철저한 품질검사와 위생관리가 가능한 식자재 공급 시스템과 물류 지원 시스템으로 품질이 보장된 식재료를 공급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대학로에서 처음 김가네 김밥을 열었을 때 성공할 줄 알았나."처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분식업으로 업종을 정한 후 수개월간 전국 각지의 이름난 분식점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종합분식보다는 전문분식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전문화와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사업 초기 브랜드 컨셉트를 잘 설계해 성공할 수 있었다."
-김밥의 속재료가 여러 가지라서 가맹점마다 맛을 일치시키는 게 어려울텐데."프랜차이즈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재료의 표준화였다. 김밥에 다양한 재료를 넣다보니 규격화되지 않으면 표준화된 맛을 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밥 짓는 방법부터 김, 속재료들을 규격화했다. 우엉·시금치·당근 등을 본사에서 직접 생산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전국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동일한 맛을 낼 수 있게 됐다."
-프랜차이즈업을 하면서 위기가 있었나."'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하며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보다 정면 승부로 돌파했다. 1997년말 IMF구제금융으로 기업부도, 구조조정, 고실업률 등으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가맹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가맹점수가 증가했고 매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초보 가맹점주에게 성공노하우 3가지를 알려준다면."첫번째는 근면·성실·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본사의 지침을 꼭 따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원하는 건 모두 'OK'라고 하라는 것. 음식을 반이나 먹은 뒤 불만을 나타내도 새로 바꿔 주면 평생 단골이 된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