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인 드래프트는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생 구단 NC소프트가 우선 지명권 2장을 행사하는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9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고교야구를 비롯해 대학야구를 살펴보며 진흙 속에 진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드래프트에서 높은 지명이 예상되는 대학 투수 5인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대학야구는 지난 6월 8일부터 서울(목동, 신월)과 익산에서 예선전이 열리고 있으며 오는 24일부터 결승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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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나성범 (좌완, 183cm/96kg)
지명도만큼은 프로선수가 부럽지 않다. 한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등 일찍부터 대학 최고의 좌완 강속구 투수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2학년이던 2009년에 7승 2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승리 없이 4패에 머물렀다. 부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2009년 9월 연고정기전에서 1루에 헤드 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쾌하면서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는 단계다. “가장 좋았던 2학년 때 투구폼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광속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한다. 낮게 깔리는 속구와 슬라이더는 프로 타자라고 해도 쉽게 쳐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광환 서울대 감독은 “LG 시절 이상훈이 연상되는 재목”이라며 “좋은 마무리 투수감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성범 자신은 선발 투수를 원한다. 로테이션에 따라 몸 상태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피드보다 제구력이 중요”하며 “속구와 슬라이더를 받쳐줄 또 다른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체인지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최대 장점은 연세대의 영원한 맞수인 길홍규 고려대 감독대행이 말한 것처럼 “야구밖에 모른다”는 점이다. 한눈팔지 않고 흘린 땀이 프로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단국대 박지훈 (우완, 182cm/80kg)
“대학야구에 프로선수가 출장하는 것은 위법 아닌가?!?!” 어느 관중이 마운드에 선 그를 보고 한 말이다. 그도 그럴 만 했다. 경북고 선배인 배영수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하기 때문이다. “경북고 2학년 때까지는 볼 스피드가 나지 않아서 거의 등판 기회가 없었다. 3학년 올라가면서 근력이 붙으며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많아졌다.” 대학 1학년 말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지난해 5승에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하며 대학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최고 구속 147km/h에 투심, 커터,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그중에서도 체인지업성 포크볼은 대학야구 최고 구종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위력적이다. 또한, 대학 선수답게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대학교 1학년 때 희망리스트라는 것을 썼는데 최근에 보니까 80% 이상을 달성했더라. 국가대표도 147km/h라는 구속도. 남은 20%는 프로에 가서 이룰 목표다. 세부적인 목표가 있으니까 알게 모르게 더 노력하게 된 것 같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제구력과 체력만 더 보강하면 즉시 전력이 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고려대 윤명준 (우완, 177cm/75kg)
동성고 시절 한기주-양현종을 잇는 에이스로 주목받았지만 3학년 때 다소 부진한데다가 작은 체격으로 말미암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고려대에 진학해서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지난해에는 6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했다. 53⅔이닝을 던지며 탈삼진은 무려 67개나 기록하면서 볼넷은 단 5개만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력이 뛰어나다.
최고 구속은 145km/h에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짧고 빠르게 휘는 슬라이더가 위력적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는 투심을 추가하며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더 좋아졌다. “최대한 투구 수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면승부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안타를 맞든 홈런을 맞든 결과에 상관없이 내 볼을 던지려고 한다. 삼성 오승환 선배처럼 자신 있게 던진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구속 차이가 크다는 점만 보완한다면 아주 좋은 투수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동국대 노성호 (좌완, 182cm/89kg)
야구계 격언 중에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투수다. 지난 3월 성균관대와의 대학야구 춘계리그 8강전에서 시속 150km를 기록하며 프로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4경기에 등판해서 3승,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회 MVP와 우수 투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당연지사.
속구에 커브,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등을 구사한다. “원래 스플리터를 구사했는데 스피드도 떨어지고 제구도 잘 안 돼서 서클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제구력이 들쭉날쭉하고 변화구가 예리한 맛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50km/h를 던지는 좌완 투수는 흔하지 않은 법이다. 어느 스카우트나 약점이 있지만 1라운드 상위 순번에서 지명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성호 자신도 자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스피드건의 숫자보다는 제구력과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려대 임치영 (사이드암, 181cm/80kg)
대학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다. 지난 3년간 12승 4패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투구이닝이 적은 것도 아니다. 145⅔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밸런스가 무너지며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4학년이라는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상하게 올해는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최근 나아지고 있어서 조만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이드암 투수로서는 아주 빠른 140km/h 후반의 강속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포크볼도 연마 중이다. “지난해 대륙간컵대회에서 LG 박현준 형이 포크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따라 하고 있다. 손이 커서 그런지 잘 맞다. 그리고 체인지업은 싱커성이라서 타자가 타이밍을 잡는데 어려워하는 것 같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부진하지만 지난해까지 보여준 게 많은 투수다. 사이드암으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으니까 불펜 투수로는 바로 프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야구라> 손윤 (http://yagoo.tistory.com/)
* 위 기사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야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