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쇼 당일
오전 9시~12시 어제 하루종일 훈련과 갈라연습이 했기 때문에 오전은 자율 훈련 및 휴식 시간. 예전에 '피겨 퀸' 김연아(21·고려대)의 아이스쇼 때 오프닝 무대를 연 적이 있다. 그 때는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쇼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이다.
갈라쇼 당일이 되니 약간 두근거린다. 김연아가 주인공인 아이스쇼처럼, 내가 메인이 되는 리듬체조 갈라쇼를 한국에서 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실현되니 놀랍기도 하고, 주인공이 된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오전 9시,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갈라쇼 공연장에 도착해 홀로 연습을 시작했다.
12시~12시 30분점심식사 시간이다. 대회 때나 똑같이 허기진 배만 약간 채운다. 많이 먹으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때가 있어 거의 먹지 않는다. 정말이지, 리듬체조 선수에게 식사 시간은 정말 기다려지지만 너무 아쉽기만 한 시간이다.
12시 30분~오후 3시갈라쇼를 위한 메이크업을 한다. 평소 대회에 출전할 때는 홀로 메이크업을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 갈라쇼가 TV에 방송까지 되는만큼 특별히 신경을 썼다. 손연재와 광고 촬영을 하며 친분을 쌓았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 원장의 손길이 바빠진다. 손연재는 "내가 화장할 때와는 다른 얼굴이 나왔다. 나도 이렇게 화장하고 싶다"며 신기해하기도, 기뻐하기도 한다. 고원혜 원장은 "워낙 예쁜 얼굴이라 어떤 화장을 해도 매력이 폴폴 풍긴다"며 만족스러운 표정.
오후 3시~ 오후 5시 30분드디어 그 동안 많은 분들과 함께 준비한 갈라쇼가 시작됐다. 그토록 힘들게 준비한 오프닝 무대를 성공적 연기. 혼자 하는 운동을 하다가, 함께 하는 운동을 하니 새로운 성취감이 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들, 이경화·김윤희와 함께 클로징 무대까지 잘 해낸 뒤, 손연재만의 특별 공연마저 성공적으로 마쳤다. 와주신 관중 여러분께도 고맙고 또 고맙다. 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정말 뿌듯하다.
오후 6시~8시갈라쇼 선수단이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 이번 갈라쇼는 여러모로 의미 깊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리듬체조계의 라이벌. 축구나 야구의 한·일전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된다. 여러 나라가 우르르 갈라쇼를 함께할 때 말고, 딱 두 나라 선수가 한 갈라쇼에 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쇼에서는 다소 데면데면했던 두 국가 코치들이 밤에 함께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진 뒤 "손연재 덕에 우리들이 친해졌다.
정말 고맙다"며 "다음 번에도 또 불러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를 했다. 이들은 또 "한국 리듬체조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다. 솔직히 대충 하는 자리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화려하고 멋진 무대가 준비돼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다음날 공연이 또 예정된만큼, 손연재는 물리치료만 받고 곧바로 잠자리에 든다. 갈라쇼를 성공적으로 마친만큼,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 준비도 수월해질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이 든다.
"오빠, 여기가 더 시원해."
TV를 틀면 하루에 몇 차례 들을 수 있는 말, 한 전자제품 광고에서 손연재는 '물 속으로 들어오라'는 박태환에게 앙증맞은 말투로 이렇게 답한다. 지금 TV 속 광고 세상은 손연재가 점령했다. 한 때 '이영애의 하루', '김연아의 하루'가 유행했다면, 이제 대세는 손연재다.
손연재는 현재 음료 회사인 '스무디킹'·액세서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건설업체 'KCC'·금융계 국민은행의 후원을 받는다. 한 때 김연아를 후원하던 업체들이 그대로 손연재에게 옮겨왔다.
광고에서는 김연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LG전자 '휘센'은 김연아의 '삼성 하우젠'과, 테트라팩 코리아의 상온 우유는 김연아의 '매일우유'와 각각 맞선다. 최근 '더페이스샵'의 모델로 발탁되며 손연재는 '여성들의 로망'인 화장품 CF도 꿰찼다. 이밖에 손연재는 스포츠 전문업체 FILA와 생리대 '위스퍼'의 대표 얼굴로도 나선다.
광고주들이 너도나도 손연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옆집 여동생같은 그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아기자기한 외모와 청량한 이미지도 손연재의 강점"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면, CF 출연료도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연재가 이렇게 많은 광고에 얼굴을 비추는 이유는 수억원대에 달하는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리듬체조 훈련을 할만한 곳이 세종고·세종대학교 외에는 태릉선수촌 뿐이라, 손연재는 1년 중 9개월 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주로 러시아 등에서 전지훈련을 하는데, 왕복 비행기삯에 체류비·훈련비를 합해 연간 3억원정도 비용이 든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IB에서도 일부 비용을 대지만, 광고 출연 덕에 전지훈련 비용 걱정을 덜었다. 아직까지는 광고 출연료가 비싼 편이 아니라 큰 수익이 남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