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했죠." 스타일리시한 우리차 전문점 '올어바웃차'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는 박철민(43) 대표. 그는 원래 영화 수입업을 했다. 99년말부터 '춤추는 대수사선', '택시' 등을 가져와 대박을 쳤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박철민픽쳐스'라는 영화제작사까지 차렸다. '외제'로 우뚝 일어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하동 녹차를 기본으로 한 각종 토종 야생차를 주 메뉴로 한 우리차 전문점 올어바웃차로 스타벅스·커피빈 등 서구적인 커피 로드숍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미국에 진출, 백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우리차 한류'에 씨앗을 뿌렸다. 박 대표를 21일 서울 마포구 올어바웃차 합정점에서 만났다.
-원래 ‘영화쟁이’였다고."20대 때 영화 홍보와 마케팅을 했고 해외 영화를 수입해 재미를 봤다. '춤추는 대수사선'이나 '택시', '늑대의 후예들' 등이 내가 가져와 성공한 외화들이다. 이 때 번 돈으로 영화제작사를 차려 10여편을 제작했지만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결국 망했다. 그 길로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낙향했다."
-우리차와의 인연은."창원집에서 놀고 있는데 와이프가 돈 벌어오라며 중국을 가보라고 했다. 기회가 많은 곳이니깐 뭐라도 건질 것 같아 갔다가 상하이 관광지인 예원의 오래된 찻집을 들렸다. 중국 전통의상인 차피오를 입은 여직원들이 투명한 유리컵에 꽃을 담아줬는데 너무 예뻤다. 서울 명동에서도 통하겠다 싶어서 차에 대해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올어바웃차는 전통찻집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스타일리시한 차와 커피를 내세우고 있다. 주 메뉴는 야생녹차를 브랜딩한 '월야미인', 가야산 야생뽕잎으로 만든 '상록그린', '미숫가루 라떼' 등 30여 가지의 '코리아스페셜'이다. 여기에 커피와 홍차도 판다. 우리 전통을 근간으로 마시는 모든 차를 다 다룬다고 보면 된다."
-'티 바리스타', '브랜딩' 등 커피전문점과 친숙한 용어가 쓰이는데."커피만 만드는 법이 다양하고 독특한 게 아니다. 차도 마찬가지다. 브랜딩 기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우리 매장에서는 티 바리스타가 직접 차를 우려내 고객이 바로 마실 수 있게 해준다. 한달 가량 교육을 받아야 티 바리스타 자격을 준다."
-주 이용층은."20대의 젊은층이다. 세련되고 아늑한 공간에 '茶'라는 한자와 자연을 배경으로 '올어바웃차' 로고가 새겨진 찻잔을 찍은 사진 등으로 연출한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어필한 것 같다."
-현재 가맹점은."2006년 창원에 1호점을 연 이후 3년간 프랜차이즈를 준비, 2009년 김해점·부산점 등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입성, 이대점·구로점·합정점·세종대점을 열었다. 이뿐 아니다. 미국 오클라호마 애드몬드에도 올어바웃차가 문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미국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미국에서 공무원을 하던 교포가 은퇴하면서 할 일을 찾다가 우리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이 왔다. 1년간 e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작년 4월 해외 1호점이 오픈했다."
-현지에서 인기가 대단하다고."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120석 좌석이 모자라서 서서 마시기도 했다. 현재 월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 등 애드몬드지역 커피전문점들을 모두 제쳤다. 현지 신문들도 '서양 커피를 한국 전통차가 대체했다'며 크게 보도했다."
-미국에서 통한 이유는."미국인들은 새로운 음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매장 외벽의 '茶'라는 인테리어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주문만 하면 테이블에 직접 갖다주는 '하프 서빙'도 미국인들이 좋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프랜차이즈에 집중, 연말까지 가맹점을 15~20개로 늘릴 생각이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2호점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어볼 작정이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