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마속을 베었지만, 안익수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제자를 버리지 않고 있다. 소설 삼국지. 촉한의 승상이었던 제갈량은 자신이 아꼈던 장수인 마속을 참수한다. 전장에서 거만한 판단으로 군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읍참마속으로 알려진 이 일화는 사사로운 감정을 버려야 기강이 산다는 교훈을 준다. 2011년 안익수 부산 감독도 아끼는 제자를 둘이나 내쳤다. 그것도 주장 김근철(28)과 부주장 박희도(25)였다. 부산의 감독으로 부임해 가장 믿었던 선수들이다. 안 감독은 "두 선수가 동계 훈련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단장님을 설득해 꼭 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들이고 그만큼 믿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산은 시즌 초반 3무 3패로 부진했다. 안 감독은 사사로운 감정을 버렸다. 4월 초 부진했던 주장과 부주장을 냉정하게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후 부산은 180도 달라졌다. 4월 6일 부산은 첫 승을 챙겼고 내리 13경기(FA컵 포함, 9승 4무)에서 무패 행진을 달렸다.
김근철과 박희도는 2군에서 팀의 연승을 지켜봐야 했다. 부산은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얇은 선수층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탈이 났다. 13라운드 강원 전(0-1)에 이어 경남 전(2-3)에도 졌다. 2연패.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안 감독은 김근철과 박희도를 1군으로 올리지 않고 있다. 그는 "아직 선수들의 깨우침이 부족하다. 내가 성적을 내고자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독만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안 감독은 "희도와 근철이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아직도 내가 시즌 초반 가졌던 믿음은 변함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부산=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