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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남박사의 말이야기 64. 말레이시아 세랭거 터프클럽
말레이시아 세랭거 터프클럽(turf club)은 우리나라의 과천경마장격이다. 17일 오후부터 ‘2011 세랭거 터프클럽 국제 경마축제’가 열렸다.
국제경마 트로피 대회에 앞서 필자는 세랭거 터프클럽이 보유하고 있는 경주 퇴역마 가운데 직선 스피드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콜미더브리즈(Call Me The Breeze·6세)'에 기승해 잔디주로를 달렸다.
콜미더브리즈는 직선주로에서 화롱타임(구간별 시간) 9초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스피드와 뒷심, 그리고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보폭 등은 필자가 기승한 경주마 가운데 흔치 않은 능력마다.
필자가 레이싱을 펼친 전날, 세랭거 터프클럽 잔디주로에서 기승하겠다고 나서자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안전에 대한 담보가 없고 세랭거 터프클럽 탄생이후 기수·조교사·훈련 마필관계자 외에는 그 누구도 주로를 개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규정은 엄격히 명문화 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에 대한 각종 자료 등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후, 우리로 말하자면 경마처장선에서 ‘기승 허가’가 떨어졌다. 경마 국제대회를 앞두고 그것도 개최 2시간 전에 경주로에서 경주마를, 더구나 초청받은 타국 임원이 기승한 것은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세랭거 터프클럽 관계자의 설명이다.
필자가 섭씨 30도가 넘는 고온 다습한 경주로에서 기승하겠다고 맘을 굳힌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잔디주로의 특징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잔디주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국마사회는 잔디주로에서 경주마의 능력 평가에 대한 지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향후 잔디주로 건설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실증적 자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잔디로주는 모래주로에 비해 지면의 마찰력이 적기 때문에 말의 추진력이 상당히 양호하다. 또 본능적으로 말은 푸른 잔디를 좋아한 탓에 잔디주로의 경주는 말의 심리적 본능을 만족시키는데 그만이다. 다만 모래주로처럼 평지가 고르지 못해 기승자세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경마선진국들은 거의 예외없이 잔디주로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말레이사아 경주마에 대한 평가다. 교류경주를 다녀온 기수나 조교사는 말레이시아 경주마에 대한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국민소득은 우리보다 훨씬 처지는 말레이시아지만 경마만큼은 우리보다 한단계높은 파트Ⅱ 국가다. 경주마의 능력은 소문대로 뛰어났고 말등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남병곤 한국마사회 상임이사 제주본부장/제주대 석좌교수(승마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