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의 최종합격자 3인이 지난 1일 아나운서국에 첫 출근했다. 이날 세 사람은 선배 아나운서와 사내 간부들 앞에서 임명식을 하고 수습 아나운서로 첫 발을 내딛었다. 빠르면 8주, 늦으면 3개월에 걸친 혹독한 교육기간을 거치게 될 거라는 게 선배 아나운서들의 귀뜸. 아나운서국 내에 자신의 자리를 배정받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세 명의 신입사원들과 즐거운 미팅을 가졌다.
▶김대호, "합격소식에 고향에서 난리났죠"
생년월일 : 1984년 10월 8일
학력 :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롤모델 : 신동호·이재용 아나운서
닮은 꼴 : 지진희 '1박2일' 나영석 PD -합격후 쉬는동안 어떻게 보냈나."고향인 경기도 양평에 가서 황송한 대우를 받았다. 내 합격소식에 우리 동네에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고 '군민잔치'가 벌어졌다."
-'신입사원'을 통해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나 스스로에게 많이 솔직해진 것 같다. 그동안 남 앞에서 나를 꾸미려고 했던 적이 많았는데 이젠 좀 더 당당하게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항상 남의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는 입장에 있다가 '신입사원'에서 본격적으로 나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과정에 이런 변화를 맞게 됐다."
-지진희와 나영석PD 닮았다는 말이 부담스럽진 않나."오히려 그런 말 때문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득을 본 것 같다. 만족스럽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밖에 나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웃음)"
-아나운서가 되고자 결정한 계기는."아직 대학 졸업도 못했다. 사회에 나가서 뭘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현실적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골똘히 고민해봤다. 외모나 목소리가 나쁜 편은 아니고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나운서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어머니께도 말씀도 못 드리고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남동생과 술을 마시며 '아나운서가 되면 어떨까'라고 털어놨는데 동생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번 해보라'고 했다. 비로소 저울질하던 마음이 '해보자'는 쪽으로 확 돌아섰다.
-우승할거라 생각했나."마지막까지 간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대신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승훈 김기혁과 맞대결을 벌일 때 바짝 긴장한 적은 있었다."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나."카메라 앞에 서면서 점점 방송에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은 '위대한 아나운서'를 꿈꾸기보다 더 깊이 빠져들면서 내 것을 만들어가는 단계를 먼저 거치게 될 것 같다."
▶김초롱, "친근감 있는 아나운서 되고 싶어"
생년월일 : 1985년 8월 20일
학력 : 이화여자대학교 환경디자인과 졸업
경력 : 전 목포 MBC 아나운서/삼척 MBC 아나운서
2007년 월드 미스유니버시티
롤모델 : 고 정은임 아나운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어릴 때부터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웅변대회에 나가면 얌전하던 애가 확 바뀌곤 했다. 발표시간이 그렇게 즐거웠는데 그걸 직업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나운서라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이미 현직 아나운서였는데 위험한 도전을 했다."이미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는데 굳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야 하느냐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살면서 도박 한 번 쯤은 해봐도 될 것 같았다. 은근히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신입사원'에 나가보니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다. 매번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프로그램 출연중 좌절했던 적이 있다면."언젠가 PD님이 그런말을 했다. '네가 살아남아 '미쟝센'의 역할을 해주니 좋다'고. 경력 아나운서 출신이 한 명 남아있어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말이었다.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아닌 배경이라니, 그 말 듣고 좌절했다. 그러다가 오히려 '한 번 해보자'고 독한 마음을 먹게 됐다."
-합격자로 호명됐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나보다 먼저 합격자로 불린 김대호가 무대 위에서 울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이거 진짜지? 맞지?'라며 물어봤다.(웃음)"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나."시청자들의 국민투표로 아나운서가 됐으니 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라디오는 꼭 진행해보고 싶다. 내 목소리가 잠을 잘 오게 만든단다.(웃음) 심야 음악프로그램도 해보고 싶고, 반대로 아침 일찍 발랄한 목소리로 청취자들과 만나보고도 싶다."
▶오승훈, "탈락? 한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생년월일 : 1982년 3월 10일
학력 : 카이스트 대학원 항공우주학 박사과정 수료
롤모델 : 손석희·박경추 아나운서
특이사항 : 아나운서 시험을 위해 박사과정 수료후 해군에 자원입대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계기는."25살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2005년말 황우석 박사 사건이 터지면서 앞서 MBC 측이 보도한 내용이 거의 맞아떨어지는 걸 지켜봤다. 그 전에는 앞서 이 사건을 다뤘던 MBC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 사건을 보면서 언론의 역할이 '사회적 이슈를 짚어낸다'는 것 뿐 아니라 '문제를 미리 이슈화시키고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와중에 손석희 선배의 '시선집중'을 들으면서 차츰 언론, 그리고 아나운서의 역할이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신입사원'에서 우승할 자신이 있었나."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학교를 그만두고 군대에 갔다. 나를 단련시켜야했고 적합한 조건을 맞춰야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난 '아나운서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다. 이번 도전과정에서도 상대 도전자에게 위축된 적은 없다. 내 스스로 너무 긴장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왔을 뿐이다."
-우승 발표 당시 어떤 기분이 들었나."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더라. 일반 공채였다면 혼자서 좋아하면 그만인데 '신입사원'은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탈락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서 너무 괴로웠다. 내가 붙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친구들 보기 미안하고, 또 이제 함께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숙소에서 함께 하던 동료들을 한 명씩 떠나보낼 때. 탈락후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나."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익혀서 10년 후 쯤에는 시사프로그램을 맡고 싶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