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의 갯수가 아니라 종목의 다양성이 관건이다.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7년 뒤 우리나라가 이 대회서 거둘 성적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홈 그라운드서 치르는 대회인 데다 겨울 종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관건은 얼마나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느냐의 여부다. 전통적 메달 밭인 빙상(氷上) 종목 이외에 설상(雪上) 종목의 성장이 절실하다.
◇ 44년만에 첫 메달한국이 겨울올림픽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건 1948년 프랑스 생모리츠 대회에서부터다. 당시 선수 3명, 임원 2명 등 초미니 선수단을 꾸렸다. 메달은 꿈도 꾸지 못했다. 참가에 의의를 뒀다.
첫 메달은 44년만에 나왔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종목에 출전한 김윤만이 은메달을 목에 걸어 새 역사를 썼다. 이 대회서 한국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을 발판 삼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매 대회마다 한 자릿수 메달을 목에 걸며 체면치레하던 우리 대표팀은 겨울올림픽 유치에 뜻을 품은 이후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11개·종합7위),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14개·종합5위)서 연속으로 두 자릿 수 메달과 한 자릿수 순위를 기록하며 겨울스포츠의 신흥강호로 떠올랐다.
◇ 빙상 편중 해소가 관건우리 대표팀이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의 총합은 45개다. 모두가 빙상 종목에 집중됐다. 쇼트트랙이 금·은·동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이 뒤를 받치는 형태다. 지난해 열린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인 228.56점을 따내며 피겨 여왕으로 우뚝 섰다.
겨울 스포츠 전문가들은 빙상 일변도로 이뤄지는 우리 대표팀의 메달 획득 패턴을 설상 종목까지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을 편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초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알파인스키 부문 2관왕을 달성한 김선주(26·경기도청), 슈퍼복합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알파인의 기대주 정동현(23·한체대),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스타일 부문에서 정상에 오른 이채원(30·하이원) 등 성공사례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남은 과제는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기력과 선수층을 확보하는 일이다.
◇ 새 역사의 문이 열린다과거 국내에서 열린 메이저급 국제대회서 우리나라는 괄목할 만한 경기력의 성장세를 보였다. 서울에서 치른 1988 여름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종합 4위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도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2018평창겨울올림픽 또한 역대 최고 성적이 기대된다. 밴쿠버 대회(금6·은6·동2) 이상의 성과가 점쳐지는 가운데, 빙상 종목은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현재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설상 종목은 새로운 기대주를 적극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