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안 왔으면 좋겠는데…"
지난 6일, 전북 국민체육진흥공단(KSPO)과 WK리그 16라운드 경기를 하루 앞둔 박남열(41) 고양 대교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상대팀인 KSPO는 올시즌 창단한 신생구단으로 8팀 중 리그 7위.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둔 바 있었다. 변수는 날씨였다. 박 감독은 "비가 예보돼 있어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박 감독의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운동장 여기저기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대교는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지만 후반 1분과 14분 연속골을 허용해 1-2로 역전당했다. KSPO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올시즌 최대 이변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 막판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대교 최혜숙이 후반 41분 중거리슛으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공세를 이어간 대교는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핸들링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얻었다. 득점 1위인 외국인선수 쁘레치냐는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3-2 역전승. 같은 시간 2위 현대제철(승점31)이 서울시청과 0-0으로 비기면서 대교(승점 48)는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대교는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또 하나의 기록을 달성했다. 여자농구 신한은행이 갖고 있던 프로스포츠 최다 연승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 대교는 지난해 8월9일부터 23연승 행진을 이어가 신한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른 종목에서는 프로야구 SK가 22연승을 기록한 바 있고, K-리그에서는 울산과 성남이 거둔 9연승이 최고다. 축구는 무승부가 있고 이변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빈번해 농구에 비해 연승을 이어가기가 훨씬 더 어렵다.
대교는 다음 달 1일 화천에서 열리는 현대제철과의 경기에서 24연승에 도전한다. 이 경기를 이길 경우 전승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 박남열 감독은 "현대제철도 우리 못지 않게 좋은 팀이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행히 부상 선수가 없는 만큼 한 달간의 휴식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싸워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