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어둠 속에서 방울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막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몸은 다르게 반응했다. 조금 전 직접 만져본, 묵직한 공의 무게감이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맞으면 아플 것 같다. 피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공포감이 밀려왔다.
양쪽 눈을 덮은안대가 너무나 야속했다. 심호흡을하며 소리가 충분히 다가올 때까지기다린 뒤 ‘이때다’ 싶을 무렵 몸을던졌다.아뿔싸. 손 끝으로 쳐내고 싶었는데 공은 얼굴을 강타한 뒤 어딘가로 굴러가버렸다. 주변에서 “막았다”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들지만, 정신이 얼떨떨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 정도만 느낄수 있을 뿐이었다.골볼(goalball). 시각장애인을위해 개발된 스포츠다. 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돼 있다.제2차세계대전 기간 중 시력을 잃고 퇴역한 군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
3명이 한 팀을 이루며,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시도한다. 가로 9m, 세로 18m의 플로어 코트를이용한다. 볼링과 축구, 핸드볼 등이 적절히 결합된 형태의 스 포 츠다. 공격하는 쪽은공을 굴려 상대의 골대에 집어넣으면 득점한다.
골대가 가로 9m, 세로 1.5m로 상당히크지만, 골을 넣긴 쉽지 않다. 앞이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 골대를겨냥해야하는 데다, 상대팀 선수전원이 몸을 던져 수비에 나서는 까닭이다.
골볼 전용구는 농구공보다 조금더 크고(지름 76cm), 조금 더 무겁다(1.25kg). 고무 재질이지만 표면이 딱딱해 몸에 맞으면 아프기 때문에 선수들은 고글과 팔꿈치 보호대, 무릎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한다.
공 속에는 8개의 방울이 들어 있어 굴러갈 때 딸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로 공의 방향과 속도, 거리 등을 판단한다.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하기에경기 도중에는 선수 간 대화는 물론, 응원도 금지돼 있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루지만 축구처럼 포메이션도 활용한다. 전방에 한명, 한 발 뒤에 두 명이 나눠서 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1-2 포메이션이흔하다. 간혹 세 명이 골대 바로 앞에 일렬로 늘어서기도 한다. 이 경우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촘촘해지기 때문에 공을 막는 것 못지 않게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공식대회에서의 경기 시간은 전·후반 7분씩 총 14분이다.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방향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기장바닥에 실로 그어진 라인을 더듬어 정확한 현재 위치와 방향을 감지할수 있지만, 동작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기에 쉽지가 않다.
“방향 유지에익숙지 않은 골볼 초보자들의 경우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굴리거나 몸을 던지는 ‘몸 개그’를 종종 선보인다”는 것이 골볼 관계자의 전언이다.
골볼을 즐기는 시각장애인은 전국적으로 200여명 수준. 국내의 다른 장애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환경은 열악하지만, 참여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우리나라는 남자대표팀이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다.
2004 아테네장애인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이천장애인체육종
합훈련원에서 만난 골볼 국가대표팀 주장 김남기(21)는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스포츠인 만큼 동호인들의 애착 또한남다르다”면서 “내년에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골볼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는바람을 밝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