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잠실 SK전을 앞둔 LG 심수창의 훈련 패턴은 평소와 똑같았다. 박현준과 몸을 풀고, 불펜피칭과 러닝을 했다. 그리고 라커룸에 들어가 어깨에 아이싱을 했다. 지독한 불운 탓에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16연패)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담담했다.
심수창은 훈련을 마치고 잠시 그라운드를 둘러보러 나왔다가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김성근 SK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그라운드를 둘러보던 심수창의 시선이 멈춘 곳은 김 감독이 SK 김태훈을 지도하는 원정 불펜이었다. 김태훈은 이날 2군행을 통보받고 김 감독과 하체 밸런스를 잡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김 감독에게 꾸벅 인사하고 지나가던 심수창은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돌려 불펜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훈련을 지켜봤다.
"너, 여기서 뭐하냐?" 인기척을 느낀 김 감독이 심수창에게 한 마디 했지만 심수창은 웃으며 재차 인사하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심수창은 15분 가까이 그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태훈의 자세를 보며 자신도 오른쪽 다리를 들고 투구 동작을 되짚어 봤다.
김태훈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던 심수창은 "중심이동이 빨라서 제구가 잘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분을 고쳐 주셨던 것 같다"며 "나도 경기 중 중심이동이 흐트러질 때가 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잠깐 지켜봤다. 한쪽 다리를 들고 하는 투구 동작을 천천히 반복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수창은 8일 잠실 KIA전에서 6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하고도 졌다. 포수 조인성이 "공에 힘이 있으니 가운데로 승부하자"고 말했을 만큼 구위가 좋았지만 단 한 번의 실투가 실점으로 이어져 패전투수가 됐다.
제구력을 잡아주는 이날의 '원포인트 레슨'이 심수창의 실투를 줄여줄 수 있을까. 심수창은 "1승? 이제 생각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라고 했다. 욕심을 버리고 그 자리에 깨달음을 채워넣었다.
유선의 기자 [sunny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