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선수다." 승장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도, 패장 황선홍 포항 감독도 똑같은 평가를 했다. '영리한 공격수' 데얀(30)이 2골을 터트리며 활약한 서울이 포항을 2-1로 꺾고 6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은 K-리그가 공인하는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한국 무대를 밟자마자 20골을 터트렸고, 이른바 '빅클럽'인 서울로 이적했다. 데얀은 매년 15골 이상을 터트리며 서울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올시즌까지 146경기에 나서 넣은 골은 80득점.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스트라이커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좌우, 미드필드 진영까지 누비면서도 찬스에서는 골문 앞에 있다"고 칭찬했다. 2009년 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친선경기에서는 두 골을 터트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으로부터 '10번 선수가 탐난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K-리그 18라운드 경기에서도 데얀의 득점 본능이 번뜩였다. 데얀은 전반 6분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고명진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 한 명을 두고 지체없이 슛을 날렸다. 데얀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 왼쪽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두번째 골이 터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얀은 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용호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재차 달려들어 머리로 공을 우겨넣었다. 데얀은 13골로 김정우(상주·12골)를 제치고 정규리그 득점 선두로 뛰어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데얀은 안 보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나타난다. 순간 폭발력이 대단한 선수다. 90분 내내 집중력을 갖고 데얀을 막으라"고 수비진에 지시를 내렸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포항은 이후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전반 33분 고무열이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서울은 경고 4장을 쏟아내며 육탄방어를 펼친 끝에 한 골 차를 지켜냈다. 최용수 감독대행은 "한국선수 못지 않게 이타적이다. 훈련에서의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도 나타난다. 동료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고 장점을 이끌어낼만큼 영리하다. 단연 톱클래스의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포항=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