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 체험관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아직 원정팀 선수들도 도착하지 않은 시각이다. 인천 문학구장의 열기는 일찍 달아오른다. 프로야구단이 '교육'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곳에서 증명된다. "아이들이 자라서 또 야구장에 오지 않겠습니까. 그때 이곳을 떠올리겠지요." 김광현·박경완의 이름이 달린 SK 유니폼을 입고 SQ 체험관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고, SK 관계자는 흐뭇하게 웃었다.
10일 오후 2시, 문학구장 1층 스카이박스 출입구 외부에 위치한 SQ체험관에 줄이 늘어섰다. 낮 12시에 SQ 체험관의 문을 두드린 아이들은 밝은 얼굴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경기장 쪽으로 걸어갔다. SQ 트레이너들은 체험을 끝낸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체험을 눈 앞에 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SQ 트레이너들은 "4월과 5월을 합한 것보다 6월 참가 신청자들이 더 많다"고 했다. 2011년 SK는 교육과 스포츠의 만남, '에듀스포테인먼트'를 기치로 내세웠다. SQ 체험관은 에듀스포테인먼트의 출발점이다. SK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인천지역 체육교사들과 함께 스포츠지수(Sports Quotient)를 측정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5억여원을 들여 SQ 체험관을 완공했다. SK가 한국 프로스포츠에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SQ 체험관에서SQ 측정은 SK 구단이 자체 개발한 SMART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된다. SAMRT 프로그램에는 스프츠에 대한 인식(S). 정신 건강(M). 신체 건강(A). 여가 활용(R). 그리고 야구 기능(T) 등 5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첫 단계, 심폐지구력 정밀평가. 아이들에 섞여 유선의 일간스포츠 야구팀 기자가 체험에 참여했다. 운동실에서 양손목에 심박측정기를 단 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측정바에 오른발, 왼발을 차례대로 올렸다. 수치가 낮을수록 '건강하다'는 의미. 유 기자의 심폐 지구력 수치은 164였다. 보통수준. 유 기자의 수치는 아이들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어 스포츠 지식과 태도, 여가에 대한 생각을 측정하는 '종이 테스트'를 받았다. 총 60문항이다. 앉아있는 시간은 짧다. 곧바로 다양한 기구가 위치했다. 악력과 유연성, 순발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기구를 강하게 쥐어보고, 허리를 숙여 팔을 뻗고,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는 사이 신체 기능 정도가 수치로 평가된다.
운동실을 나온 참가자들은 측정실로 향했다. 신장과 체지방은 물론. 좌우 균형 등 자세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곳이다. 유 기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곳. 그의 체지방율은 25%였다. SQ 트레이너는 "일반 성인남성이 17%~25%정도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7%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손지환과 함께, 새싹야구장이제는 운동장으로 나가는 시간. 지난 해 완공한 새싹야구장에서 아이들은 '야구기능'을 배운다. 14년간 프로야구 무대를 누빈 손지환 코치가 '교관'이다. 손 코치는 투구동작과 수비, 배팅을 가르친다. 손 코치는 "3월에는 한달 내내 아이들을 가르치는 법을 연구했다. 단순히 운동기능을 키우는 것만이 아닌, 운동을 즐기는 과정에 대해 공부했다.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인근 초·중·고교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온갖 실수가 나온다. 손 코치는 "아이들이 던진 배트가 온 몸을 '때린다'"고 웃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다가는 것'이 나와 트레이너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모든 측정을 마치면 5장의 평가지를 받는다. SQ는 각 파트별로 100점씩 총 500점 만점. 유 기자는 370.5점을 받았다. SQ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한연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일반인은 400점을 넘기 힘들다. 350점대면 높은 점수다"라고 했다. 수치상으로 유 기자는 최상급.
▶원형이 아버지, 장승준씨의 이메일참가자 중 가장 돋보이는 이는 장원형 군(13)이었다. 장 군의 아버지 장승준 씨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장 씨는 "사실 삼성팬이다. SK 홈페이지를 통해 SQ 체험관을 알게 됐다. 가끔 문학구장을 찾았는데, 이렇게 더 좋은 곳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SQ 체험관이 주위의 '타팀 팬'까지 인천 문학구장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 것.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을 훔쳤다.
SQ 체험관에서 인사를 나눈 장 씨는 이날 저녁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저는 원형이란 놈한테 공부 외적으로, 모든 경험을 하게 하고픈 보통 아빠입니다. 운형이는 지금 6학년이지만 아직 공부에 관한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3학년 때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일주일에 두번 축구를 해왔고, 방학이면 일산에서 농구나 수영을 시키곤 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도 반에서 2·3등 정도(1등은 못해봤습니다)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진 인상적인 문구. 장 씨는 "SQ 체험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이가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언론이나 스포츠 구단 등에 의해 많이 생겨 초등학생들의 관심유발과 동기부여 등으로 건강한 새싹들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쉐보레 마메킹
SQ 체험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GM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쉐보레' 브랜드를 런칭한 한국GM은 SK와 함께 프로 스포츠와 교육을 연계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공동운영한다.
GM 대우는 SK에 금전적인 후원을 하고 '쉐보레 베이스볼 클리닉' 타이틀 권리를 얻었다. 이 금액으로 SK는 쉐보레 SQ 클리닉을 연간 상시 운영한다. 경인 지역 학교를 방문해 야구교실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어린이 야구교실(5회)·여성 야구교실(5회)·사회인 야구교실(19회) 등을 운영한다.
한국GM은 최근 5개년 SK와의 공동마케팅을 통하여 쉐보레 브랜드 홍보효과 증대에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한국GM(쉐보레)으로 브랜드 변경 후 시장점유율이 6.7%에서 10.0%로 상승했다. 지역 연고를 통한 기업과 프로스포츠 구단 마케팅의 성공사례다.
SK는 "공동마케팅을 통해 구단의 재정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야구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연고지역의 초·중·고·사회인 야구 활성화에 기여하여 궁극적으로 프로야구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