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구와의 홈경기에서는 신영준이 단단히 한 몫 했다. 하프타임 교체 투입된 신영준(22)은 그라운드에 나선지 9분 만에 통렬한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드리블 돌파로 제쳐낸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정확히 골문 왼쪽 구석을 노린 '작품'이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경기 후 "신영준을 후반 교체 투입한 게 적중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은 이날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전북·포항에 이어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신영준은 지동원(20)의 광양제철고 2년 선배다. 2008년 전남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허정무 전남 감독으로부터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호남대에 진학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에서 뛰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전남이 뿌린 씨앗이 3년이 지나 큰 재목이 돼 돌아온 것이다.
전남 유소년팀을 대표하는 아이콘은 지동원이다. 장신을 이용한 헤딩 능력에 유연한 드리블 돌파 능력을 갖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 진출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U-20 대표팀에는 김영욱·황도연(이상 20) 이종호(19)이 차출됐다.
17일 대구전에서 골을 기록한 신영준과 이날 경기에 나선 유지노·정준연(이상 22) 윤석영(21) 등이 모두 전남 유소년팀인 광양제철고 출신이다. 현재 전남 선수 중 전남 유소년팀 출신 선수는 14명이나 된다.
전남 유소년팀이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어린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운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전남의 클럽하우스에서는 프로와 유소년이 함께 숙식한다.
어릴 때부터 스타 플레이어를 가까이서 보며 롤모델로 삼는다. 자연스럽게 기술이 전수되는 효과가 있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종종 R-리그(2군리그)에서 프로 선수들과 직접 뛸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된다. '나도 프로와 뛸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은 큰 자산이 된다.
자연스레 선수들끼리 끈끈한 정이 쌓인다. 지동원·윤석영·이종호는 시즌 중 쉬는 날이면 커피숍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게 일상이다. 팀에 대한 애정도 강하다. 광양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전남 경기를 관전하며 서포터스와 함께 어울려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종호는 시즌 첫 골을 넣은 뒤 골대 뒤 보호망에 매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아는 형들이 응원 왔기 때문에 보답의 의미로 한 세리머니였다. 이종호는 "이름은 모르는데 누군지는 다 안다"고 말했다.
정구호 전남 홍보마케팅 팀장은 "2003년부터 유소년팀에 전액 지원을 시작했다. 연간 15억원 정도를 유소년팀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선수로 키우고 있다.
저녁에는 영어·한자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 미디어 대처법도 가르친다. 주말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행한 것이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은 앞으로 40~45명 가량의 선수단 중 20명 이상을 유소년팀 출신 선수로 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