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3-2 SK
김성근 SK 감독은 경기 전 "왜 오늘은 예비 한국시리즈라고 하지 않지. 삼성과 우리가 한국시리즈를 할지 누가 아느냐"고 물었다. 2위 삼성에 3.5경기 차 뒤진 3위 SK가 선두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탐탁치 않은 눈치였다. 김성근 감독은 "3연전 다 잡고 한국시리즈 상대가 안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획은 첫 경기부터 헝클어졌다.
글로버의 완벽투, 침묵한 타선SK는 지난 5일과 6일 삼성에 5-6, 5-9로 졌다. 모두 경기 중·후반 당한 역전패였다. 불펜 대결에서 철저하게 밀렸다. SK는 이날 에이스 글로버를 선발로 내세웠다. 글로버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점수를 쌓고 뒤집힐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KIA가 지난 15일 윤석민을 앞세워 삼성의 불펜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을 지나쳤을 리 없었다.
글로버는 기대대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최고 시속 150㎞의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아래와 위를 송곳처럼 파고들었고, 직구와 똑같은 스피드로 날아오다 살짝 꺾이는 투심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려놨다. 글로버는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2실점(1자책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안타는 고작 4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20이닝 무득점에 시달린 SK는 2회 초 더블 스틸로 0의 행진을 깼다. 그러나 8회 초까지 10안타를 치고도 1점을 더 뽑는 데 그쳤다. 추격의 불씨는 살아있었다.
삼성, 막강 불펜으로 경기 뒤집다꽁꽁 묶여있던 삼성 타선은 글로버가 1-2로 뒤진 8회 초 배영섭에게 안타를 맞고 내려간 뒤 터졌다. 탄탄한 SK 불펜을 상대로해서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지난 인천 2연전에서 SK 불펜을 깨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말대로였다.
삼성은 1사 1·2루에서 최형우가 언더핸드 정대현을 상대로 2루수 정근우 옆을 뚫는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정대현은 7월 3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0로 몸 상태가 좋았다. 김성근 감독이 정대현을 믿고 투수를 바꾸지 않은 게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강봉규는 이어진 2사 1·2루에서 우익수 옆 안타를 쳐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강봉규 맞춤형 투수로 송은범이 나왔으나 그도 결국 안타를 맞고 말았다. SK는 정우람·정대현·송은범 등 믿었던 불펜 투수이 다들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반면, 삼성 불펜은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선발 윤성환에 이어 나온 정인욱이 2이닝 무실점, 권혁이 1이닝을 실점없이 막았다. 오승환은 3-2로 앞선 9회 초 나와 삼진 2개를 잡으며 경기를 매조졌다. 시즌 26세이브째(1승).
류중일 감독은 "중간에 나온 정인욱과 권혁이 실점하지 않고 잘 막아줘 추격하고 강봉규가 결승타를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펜 싸움에서 삼성이 SK를 또 눌렀다.
대구=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