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위기감을 안고 후반기를 시작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정상에 오른 SK는 3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3.41로 1위. 하지만 팀 타율을 0.265(4위)에 그쳤다. 위기에 빠진 SK 타선을 구할 '영웅'이 필요했다. 안치용(32)이 나타났다. 2008년 LG의 안치용을 떠오르게 하는 활약이다.
안치용은 7월 31일 대전 한화전 1-1로 맞선 3회초 1사 2루서, 왼쪽 1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박정권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득점도 올렸다. 5회 2사 후에는 좌전안타를 치고나가 이호준의 2루타로 다시 홈을 밟았다. 이날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활약. 결승타도 그의 몫이었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안치용은 7월 26일부터 시작된 후반기서 5경기 매경기 안타·타점·득점을 기록했다. 26일 부산 롯데전부터 30일 대전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아치를 그려내기도 했다. 최근 5경기 성적은 18타수 11안타(타율 0.611) 5홈런 10타점 8득점. SK 팬들은 그를 '난세의 영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록은 정말 좋은데, 운이 좋아서 맞아나간 것이다. 마침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아서 안타가 많이 나왔다"라고 손을 내젓던 그도 "내가 '타격감이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파울이 나오지 않을 때다. 타격 밸런스가 좋을 때는 공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다. 롯데전 두 경기서 6번 타격을 했는데, 파울은 한번 뿐이었고 5개가 안타 혹은 홈런이 됐다"고 최근 타격 상승세의 요인을 설명했다. 7월 31일 경기서도 그는 단 4번 공을 맞혔다. 이중 한 차례가 파울, 3개는 안타로 연결됐다.
신일고 시절 4번타자로 활약했던 안치용은 연세대에 진한학 뒤 2002년 LG에 입단했다. '천재타자'로 불리던 그는 프로입단 후 '2군 선수'로 전락했다. 6년간의 무명시절을 견뎌낸 그는 2008년 LG의 핵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주로 3번타자로 나섰고, 타율 0.295·7홈런·52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2009년 안치용은 백업 외야수로 밀렸다. 2010년 7월, 시즌 도중에는 SK로 트레이드됐다. SK서도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두 차례의 2군행 통보를 받았다.
SK에 위기가 찾아왔다. 반격이 절실한 후반기. 안치용이 나타났다. 안치용은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면 안타가 나온다. 그 기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