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이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인기몰이중이다. 지난 3월 첫방송 당시 기록은 전국시청률 6.2%(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대 이하의 시청률도 문제였지만 수많은 논란과 함께 혹평이 나와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6월 '돌싱'(돌아온 싱글) 특집이 방송되면서 '이성에 대한 남·녀의 심리를 잘 포착해냈다'는 호평이 나왔고 시청률도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돌싱' 특집 마지막회는 9.3%까지 올랐다. 매회 관심도를 높아지고 있는 '짝'의 인기요인을 알아봤다.
▶예능과 교양의 만남 시너지효과 '짝'의 인기요인은 '새로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어느 방송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맷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짝'은 교양과 예능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초 SBS 교양국의 남규홍 PD가 권력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고자 선보인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 '완장촌'을 새롭게 다듬어 만든 프로그램이 '짝'이다. 재가공되면서 '완장촌'은 '애정촌'으로, 주인공은 '남자들'에서 '남녀들'로 바뀌었다. '애정촌'이라 이름지은 한옥펜션에 싱글남녀 12명을 모아두고 일주일에 걸쳐 서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올초 3부작 SBS 스페셜로 방송된 후 정규편성되면서 예능국의 이창태 CP가 남규홍 PD와 손을 잡게 됐다.
합숙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방식, 그 과정에 일종의 게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다는 건 예능프로그램에서 흔히 봐왔던 컨셉트다. 하지만, '짝'은 마치 실험을 하듯 상황 속에 출연자들을 던져두고 한발 떨어져 관찰하기만 한다. 진행자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는다. 스태프들은 마스크를 한 채 출연자들과 대화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속내를 들어본다. 이 과정에서 이성간의 만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또 출연자들을 지켜보고 결과를 유추하도록 만드는 2중·3중의 재미를 준다. 다큐멘터리로서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까지 챙기는 쉽지 않은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끈 셈이다.
▶적당한 논란거리로 이슈 생산 프로그램 자체에 논란거리가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첫방송 후 '짝'은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않는 출연자들의 원초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부각시켜 '인간판 동물의 왕국'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과감한 설정 때문에 '짝'을 찾는 시청자들이 늘었다. 연예인들이 나와 가식적인 모습으로 짝을 고르거나 스튜디오 안에서 격식을 차려가면서 슬쩍슬쩍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동물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연자들의 외모와 직업·재력 등 스펙도 화제를 모았다. 방송 초기 우수조건을 갖춘 이들만 등장시켜 비뚤어진 결혼관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가십에 오르면서 입소문이 퍼져 프로그램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앞서 남규홍PD는 '완장촌'에서 권력의 상징인 완장을 차지하기 위해 선임 '완장'의 뺨을 실제로 때리라는 미션을 주기도 했다. '짝'에서는 여성 출연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남성을 갖고 싶으면 물에 뛰어들어라'는 미션을 내렸다. 이런 과감한 설정이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이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정공법이 통했다는 말"이라면서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해 평가하는 말들을 여과없이 방송하는 등 적당한 논란거리들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이슈까지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력이 힘 '짝'의 대중적 인지도가 바뀐 건 '돌싱'특집이 전파를 탔을 때부터다. 이혼경력이 있는 '돌싱'들이 짝을 찾아나선 모습들과 그들의 절절한 개인사가 부각되면서 '짝'의 인기도 올라갔다. 아픔을 가진 남녀들이 모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가까워지는 과정들을 4회에 걸쳐 그려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젊은 남녀의 '반쪽찾기'만 보여주던 프로그램이 새로운 기획력을 통해 재미를 2배 이상 끌어올린 것. MBC '놀러와'등 예능프로그램이 서로 친분있는 연예인들을 그룹으로 출연시켜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며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돌싱' 특집은 실제 커플도 탄생시켰다. 방송에서 서로를 선택했지만 종교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남자2호와 여자 1호가 방송이 끝난후 '짝'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정한 포즈의 사진을 올리면서 연인으로 발전했음을 알려 축하세례를 받았다. 잘 어울릴 것 같은 남녀 그룹을 모아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면서 실제 커플까지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끌었다.
남규홍 PD는 "이제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특집을 만들어볼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지난 출연자들 중 커플이 되지 못한 이들을 모아 새로운 특집을 마련했다. 이미 촬영을 끝냈고 8월중 방송될 거다"면서 "추석에는 노총각·노처녀 특집도 준비중이다. 항상 명절 때면 '짝을 데려오라'는 어른들의 말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은데 이 시기에 적합한 기획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