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이 KBS 2TV 월화극 '스파이 명월' 제작진과 불화를 겪으며 촬영을 거부해 물의를 빚었다. 방송분량을 다 찍지 못해 결방사태까지 예고된 가운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제작진과 팽팽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14일 오후 '스파이 명월'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예슬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예정된 촬영에 무단불참했다. 제작진은 일단 한예슬 외 타 연기자 분량부터 찍은 뒤 한예슬측과 함께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이 관계자는 "한예슬이 연출자 황인혁 PD에게 촬영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 두 사람이 격하게 대립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져 난감하다. 드라마 촬영중 제작진과 연기자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방송일정에 심각하게 무리를 주는 건 책임감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현재 15일 방송분의 절반도 채 찍지 못했다. 밤샘촬영을 강행해 어떻게든 맞출수는 있겠지만 내용이 망가질 수도 있다. 16일 방송 역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예슬은 12일에도 오전촬영에 나타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당시 한예슬 소속사 측은 "빡빡한 일정에 체력이 떨어져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지 못해 지각했다. 불화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어진 13일 촬영에서 또 한차례 황PD와 다툼을 벌여 극단적인 상황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달에는 '한예슬이 주 5일제를 요구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제작진이 '한예슬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제작진과 잦은 갈등을 빚으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파이 명월'의 문제가 한예슬 뿐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파이 명월'은 허술한 스토리와 캐릭터로 혹평을 들으며 전국시청률이 5%대까지 추락했고 급기야 5회부터는 '순풍산부인과'를 집필한 전현진 작가가 긴급투입되기도 했다. 이후 시청률 반등효과는 있었지만 노골적인 표현 등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한예슬이 지각사태를 빚은 12일 또 다른 주인공 에릭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들과 종교문제로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악재가 겹치고 있는데도 차기작 '포세이돈'의 촬영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2회 연장까지 확정돼 제작진이나 연기자 모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