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었다. 그는 "어젯밤 과음했다.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다. 미안하다"라고 했다.
김정준(41) SK 코디네이션 코치는 김성근 SK감독의 아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그만큼 멀었던 아버지의 사퇴발표를 그는 미리 알고 있었을까. 김 코치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서 말소됐다. 김 코치는 "어제(17일) 삼성전을 앞두고 기자회견 때까지 사퇴 결정을 알지 못했다.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이 회견소식을 전해줘 알게됐다"고 전했다. 이어 "분위기상 어느 정도 느낌은 있었다"라면서도 "한편으로 '설마'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사퇴 발표, '팀보다는 자신의 야구만 생각한다'는 시각에 대해 그의 견해는 과연 어떨까. 그는 "그런 시선이 있고,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면을 숙고했을 것으로 본다. 지금 발표할 수밖에 없는 사정과 상황이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41경기나 남았다. 편견과 오해는 아버지가 결과로서 보여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야구'지 다른 이들의 시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나름대로 계획해오고 있는 것이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던 그는 "언론 등에서 아버지가 SK를 떠나면 아들인 나도 떠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늘 나의 이름이 함께 나온다"면서 아쉬워했다. 지난 5년간 아버지의 야구를 지켜 온 그에게 김 감독과 SK의 관계를 물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전부였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