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맨틱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본부장이 각광받고 있다. 외모·능력·재력 등 모든 것을 갖춘 '본부장님'이 '실장님'을 밀어내고 드라마의 멋진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드라마의 주역이 된 본부장, 실제 기업에서는 어떨까?
최근 로맨틱 드라마에서 모든 것을 갖춘 본부장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본부장 역을 맡고 있는 김재중·이동욱·박유천.(방송 캡처)
드라마 본부장은 완벽남
드라마에 등장하는 본부장들은 하나같이 외모·능력·재력·집안 등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이다.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이동욱과 '보스를 지켜라'의 김재중은 재벌 2세로 아버지 회사에서 각각 전략기획본부장과 경영전력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얼마전 종영한 MBC 드라마 '미스리플리'의 박유천과 '내 마음이 들리니'의 남궁민도 마찬가지다. 특히 박유천은 세계 각지에 리조트를 소유한 리조트회사의 재벌 2세로 나와 국내 최연소 본부장으로 등극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젊은 본부장이라는 것.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멋진 본부장들이 회사 안팎에서 로맨스를 꽃피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깔끔하고 돋보이는 옷차림도 공통점이다. 이들의 패션스타일은 '본부장룩'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에선 배불뚝이 아저씨
본부장은 드라마에서는 백마 탄 왕자님이지만 현실에서는 옆집 아저씨에 가깝다. 대기업 본부장의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드라마에서는 30대 초반의 본부장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찾아볼 수 없다. IT·벤처 업계는 대기업보다 본부장 연령이 낮지만 그래도 40대 중후반이다.
패션도 드라마의 본부장룩과는 거리가 멀다.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본부장룩을 입지는 않는다. 최창호 잡코리아 사업본부장은 "외부를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팀장 때보다 옷 입는데 신경을 쓰고 있지만 드라마처럼 입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 IT 업체 관계자도 "드라마에 나오는 세련되고 날씬한 본부장은 없다"며 "배가 불뚝 나온 옆집 아저씨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로맨틱과 거리 먼 무서운 존재
회사 내 여직원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도 드라마와 다른 점이다. 오히려 본부장을 두려워한다. 한 건설회사 직장인 김모(26·여)씨는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본부장이라면 일할 맛이 나겠지만 무서운 상사일 뿐"이라고 답했다.
로맨스를 펼치느라 바쁜 드라마 본부장과 달리 가족과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것이 대한민국 본부장이다. 최 본부장은 "본부장들은 가정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바쁘다"며 "서로 약속을 잡을 수가 없어 밥 한 번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보기에는 편해보이지만 부하직원들이 모르는 리더로서의 고충도 많다.
해외출장을 나가더라도 하루에 5건씩 약속이 잡혀 녹초가 되기 일쑤다. 최 본부장은 "잘 모르는 사람들은 편해보인다고 말하지만 성과를 내야한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연봉·대우는 최고…성공한 사람들
본부장들은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높은 연봉에 좋은 대우를 받는다. 이들의 연봉은 1억~2억원 가량. 사업 본부는 회사의 주력 사업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실력 좋은 임원이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본부장의 직급은 상무·전무 이상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5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본부장들은 회사의 핵심인물인 만큼 특혜를 받는다. 고급 세단이 주어지며 해외 출장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 법인 카드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자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