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29)는 24일 사직 KIA을 앞두고 "개인 타이틀에는 욕심이 없다"며 "홈런은 최형우(삼성), 타율은 이용규(KIA), 득점은 전준우(롯데)가 1위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마음을 비운 탓일까. 이대호는 7회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큼직한 솔로 홈런을 날렸다. 8-4로 앞선 가운데 KIA 세 번째 투수 차정민의 바깥쪽 직구를 강타했다. 비거리 125m짜리 홈런.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일주일 만에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이대호는 5월에 무려 홈런 9개를 터뜨리며 지난해 타격 7관왕의 면모를 뽐냈다. 한동안은 경쟁자 없는 질주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언젠가 좋지 않은 때가 온다"며 신중해했다.
위기는 왔다. 6월에 6홈런을 쳤지만 7월 홈런 개수는 3개로 줄어들었다. 7월 31일 시즌 22호 홈런을 친 뒤론 15경기 동안 침묵했다. 그 사이 최형우는 조금씩 격차를 줄여갔다. 8월 12일 대구 KIA전에서 홈런 두 방을 쳤고, 17일엔 마침내 이대호와 같은 22홈런을 쳤다.
이대호는 시즌 내내 왼발목에 통증을 안고 있다. 김무관 타격 코치는 "아픈 발목으로도 공격 전 부문에서 선두를 다투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발목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무너진 홈런 스윙을 되찾기는 어려웠다. 이대호는 얼마 전 "지금 스윙으론 도저히 홈런을 칠 수 없다. 안 될 때는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대호였다. 24일 8월 들어 첫 홈런이 나왔다. 이대호는 세계 유일의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타자다. 일단 감각을 되찾은 이대호는 가장 홈런 확률이 높은 타자다. 그 자신도 2006년 MVP 수상에 실패한 뒤 '30홈런'이라는 숫자에는 도전 의식이 있다.
홈런 뿐만이 아니다.
이날 4타수 2안타로 이용규를 제치고 타율 부문에서도 선두(0.334)로 올라섰다. 최형우에 이은 2위였던 장타율 부문에서도 0.567로 1위 탈환. 원래 1위였던 안타(134개)와 타점(86점)은 2위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3위에 올라 있는 출루율(0.421)도 이범호(KIA·0.440)를 추격할 수 있다. 올해도 6관왕이 가능한 페이스.
이대호는 "개인 타이틀은 시즌 개막전부터 목표가 아니었다"고 했다. 타이틀은 양보할 수 있지만 양보못할 게 있다. 그는 "하지만 우승은 롯데"라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나는 경기에 뛴다. 찬스에서 안타 하나를 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자리 자리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