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35)는 참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배우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그의 격의없는 태도와 거침없는 답변에 놀라게 된다. 톱스타라면 한번쯤 드러낼만한 '독고진'식 겉치레가 없다. "제가 무슨 할리우드 진출이에요? 국내서도 못하는데…"라든가 "제 사건·사고 보도가 9시 뉴스에까지 다 났는데 숨긴다고 되겠어요?"라는 말에서 통쾌한 공감을 자아낸다. 지난 2008년 9월 28일 손태영과 전격적으로 결혼식을 올릴 때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결혼으로 인한 한류팬 감소로 수십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사랑과 가족을 선택했다. 지난 6월의 교통사고 이후 첫번째 영화 '통증'(곽경택 감독)으로 돌아온 그를 취중토크에 초대했다. 술은 무엇이든 석잔이면 녹다운된다는 그는 처음엔 '취중' 컨셉트에 난처한 입장을 표현했으나 '토크'의 진실성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솔직한 언행? 폼 잡는다고 뭐 달라지나요?"-상우씨 인터뷰는 늘 흥미진진한 거 아나요.권상우를 인터뷰해본 기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통하는 원칙이 있다. 기왕에 그를 인터뷰할 거라면 다른 매체보다 먼저 하는 게 좋다는 것. 워낙 위험수위의 발언을 많이 해서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기삿거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먼저 만나면 그만큼 빨리 특종을 쓸 수 있었다.
"아, 그런 게 있었군요. 전 왜 기자님들이 저를 좋아하시나 했네요.(웃음) 전 그래요. 뭐 폼 잡는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런 거 내세우는 성격도 아니에요."
-그렇담 한예슬 촬영 거부 사태에 대해 한마디."그건 조심스럽네요. 같은 배우의 입장에서 이해는 가요. 배우 한 명을 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촬영 현장을 떠난 건 책임있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스파이 명월'의 제작사가 '대물'을 찍었던 곳이라 분위기를 잘 알아요. 최근에 그쪽 친한 PD님이 전화를 주셨더군요. 저 같은 사람 없다고… 농담처럼."
-촬영장에 늦은 적 없나요."왜 없겠어요. 그런데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주인공이니까 늦게 가야지 하는 이상한 고집 같은 건 없어요. 오히려 일찍 가는 편이어서 스태프들이 거북해할 때가 있어요. 전 그냥 재밌어서 가는 건데…"
▶그 때 그 사고, "두번 다시는 않겠다고 굳게 다짐"-다른 인터뷰 보니까 지난 교통사고 얘기도 했더군요."숨긴다고 될 일인가요? 9시 뉴스까지 났는데…(웃음). 사고났던 그 장소는 지금도 지나다니지도 못해요. 그때 제 스스로 너무 실망하고 가족에게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정말 큰 잘못이었고요. 두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사고 후 바로 '대물' 촬영할 때 스트레스가 많았죠."반성도 없이 나왔다고 많이 질책하셨죠. 그런데 전 '대물'을 한다는 게 두번 다시 주어지지 않을 반성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게 감사했고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권상우는 사건·사고도 많지만 운도 좋다는 말도 있는데요."죄송하지만 그건 동의하지 않아요. 전 죽을 만큼 노력했거든요. 그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전 매 순간 정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죠."일본 신문에 음주 스캔들이 난 적도 있었죠.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였지만…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 같아요."
-주량이 생각보다 아주 약한 거 같아요."잘 못 먹어요. 어려서부터 명절에 음복을 못했어요. 한 잔만 마시면 아버지 성묘도 못갈 정도였으니까요. 주종에 상관없이 한잔 하면 얼굴 빨개지고 석잔 정도면 '공중부양'하는 느낌이에요."
이날은 서울 삼청동의 한 한식집에서 보쌈에 막걸리를 했다. 한잔 마시니까 진짜 얼굴이 붉어졌다.
▶'통증' 첫 촬영이 따귀 20대 맞는 신, "속죄하는 느낌"-'통증'에서 맡은 역할이 특이해요. 무통증병 환자라고요."제가 맡은 남순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벌어지죠. 첫 촬영이 귀방망이 20여대 맞는 신이었는데 아주 시원하게 맞고 시작했어요. 그 사고 후 첫 영화라 '속죄'의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촬영 중 다치기도 했다고요."오른 발목 인대 4군데가 파열됐어요. '포화속으로' 때 다쳤던 곳이 재발했어요. 제 성급한 성격 탓에 무리하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그랬어요. 처음엔 모르고 찍었는데 나중에 이상해서 초음파로 검사해보니 나오더라고요."
-짧은 헤어스타일과 후줄근한 패션도 보여요."남순이는 아주 평범한 인물이에요. 멋을 낼 필요가 없었죠. 머리는 눌린 채로 옷은 그냥 남루하게 입고 찍었어요."
-정려원과의 베드신이나 키스신은 혹시."있습니다. 키스신 있고요. 베드신도 있어요. 제가 상의를 탈의해요. 그러나 농염하기 보다는 애처로운 몸부림 같은 느낌이에요. 15세 관람가 등급이니까 상상이 가실 거예요."
-그래도 혹시 손태영씨가 질투하진 않았을까요."그런 거 없지만 제가 좀 신경이 쓰이긴 했죠. 그래서 일부러 미리 그런 장면 있다는 거 얘기하지 않았어요."(웃음)
-곽경택 감독에게 혹시 요청사항이 있었다면."전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간혹 배우분들 중에 감독에게 이런저런 걸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 전 그런 건 '꼴사납다'고 생각해요."
-연말에 상 좀 받을 자신 있나요."글쎄요.(웃음) 제가 원래 그동안엔 상 욕심 같은 거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원빈이 '아저씨'로 주연상 휩쓰는 거 보니까 솔직히 부러웠어요. 욕심 나요."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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