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퀵' '고지전'의 맞대결에 이어 '7광구'와 '최종병기 활'이 관객에 선을 뵈며 흥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투자금 대비 '퀵'과 '고지전'은 겨우 체면을 차린 정도. '7광구'는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에 울고 '최종병기 활'은 300만명을 넘어 순항 중이다.상반기까지 최고 흥행 작품의 영광은 '써니'에게 돌아갔다. 지난 5월에 개봉해 744만명을 동원했다. 여기에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성공이 눈에 띈다. 이제 관심은 추석과 연말 대목을 겨냥한 작품들. 하반기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을까?
▶추석 연휴: 색깔 뚜렷한 4편올 9월 중순 추석 연휴엔 제 색깔이 뚜렷한 한국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송강호·신세경 주연의 '푸른 소금'이 9월 1일 개봉한다. 두 주인공의 나이차가 무려 23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송강호는 어두운 과거를 씻고 요리사로 새출발하려는 남자로, 신세경은 그에게 일부러 접근해 감시하다가 그만 사랑에 빠지는 여자를 연기했다. 이현승 감독이 '시월애'(00)에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편이다. 부산 해변을 배경으로 찍은 화면과 이미지는 아름답지만 스토리는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 송강호의 멜로 변신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8일에는 '통증' '챔프'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등 3편이 동시에 경쟁한다. '통증'은 강풀 만화가 원작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사소한 상처도 치명적인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권상우와 정려원이 호흡을 맞췄다. 권상우는 "실제로 너무 많이 맞으면서 촬영했다. 아마 보시는 분들도 속이 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챔프'는 '각설탕'(06)을 만들었던 이환경 감독이 5년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역시 말과 기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차태현이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를 맡았다. '정답소녀' 김수정이 차태현의 딸로 나온다. 앞서 비슷한 소재의 영화 '그랑프리'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 득이 될지 약이 될지 미지수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은 2002년 '가문의 영광'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기 시리즈다. 신현준·탁재훈·임형준이 아들 3형제로, 김수미가 이들의 엄마로 역할을 이어왔다. 이번 편은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식품회사를 차린 김수미 일가가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다. 시리즈 제작자였던 정태원 대표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하반기 기대작: '투혼' '페이스 메이커' '마이 웨이' 등추석 연휴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스포츠나 전쟁 소재의 영화들이 눈에 띈다.
9월 말에 개봉하는 '투혼', 10월에 개봉 예정인 '완득이' '오직 그대만', 12월의 '페이스 메이커' 등은 모두 스포츠가 소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다.
'투혼'은 '주유소 습격사건'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김상진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김주혁이 프로야구 선수로, 김선아가 그의 헌신적인 아내로 출연한다. '여인의 향기'에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선아의 매력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적과의 동침'에서 부진했던 김주혁의 부활도 기대된다.
'완득이'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반항아 완득이가 독특한 선생님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다. 소지섭·한효주 주연의 '오직 그대만'에서 주인공 소지섭이 맡은 캐릭터 역시 복서다.
연말에 개봉하는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마라토너와 함께 뛰면서 그의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조력자의 이야기다. 김명민이 페이스 메이커로 등장한다. '내사랑 내곁에'에 이어 또 한번 진한 휴머니즘이 기대된다.
'마이 웨이'는 12월에 개봉하는 또 하나의 화제작이다.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5년만에 컴백한 전쟁영화로 알려져 있다.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한·일·중 배우들의 참여가 이색적이다. 장동건이 '워리어스 웨이'의 악몽을 딛고 성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밖에 굵직굵직한 할리우드 외화들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올랜도 블룸과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삼총사 3D'가 10월에,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스릴러 '헝그리 래빗 점프'가 11월에 개봉한다. 연말 대목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4'가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