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첫눈에 반하는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과학적으로 첫눈에 반하는 시간은 불과 0.1초라고 한다. 고작 0.1초 만에 상대를 파악하고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일일까? 사실상 그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상대의 정보는 외형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철저히 시각적인 자극에 의한 행위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훌륭한 얼굴, 몸매를 소유한 우성인자를 찬미하는 것과 혼동한다. 김태희같은 미인에게 반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피오나 공주같은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기호학적으로 봤을 때 추남, 추녀에게도 얼마든지 첫눈에 반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하는 0.1초는 영상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푼크툼(Punctum)의 환기’라는 표현을 통해 사진을 보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지각과정이라고 말한다.
잠시 푼크툼을 설명하지면, 푼크툼은 고유의 삶의 경험, 환경이 만들어낸 ‘나’라는 사람에게만 유효한 주관적인 코드이다. 반대 개념으로는 보편적인 코드 스투디움(Studium)이 있다. 즉, ‘사진 속 미녀가 아름답다’, ‘전쟁고아의 사진이 슬프다’와 같이 사진 속 인물, 배경, 상황으로 느껴지는 보편적인 감정은 스투디움(Studium)이고, ‘미녀의 얼굴이 바람난 애인과 닮아서 화가 난다’, ‘고아가 입은 티셔츠는 내가 어릴 적 좋아했던 것과 같아 반갑다’ 처럼 오직 한 개인에게만 날아와 찌르는 정서적 울림은 푼크툼이다.
사진의 지각과정으로 본다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스투디움이 아니라 푼크툼의 환기인 것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 판단이 아니라 동시에 환기 되어진 나의 경험, 의식과 반응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일어난다.
그러니 작고 뚱뚱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는 8등신 미녀를 돈에 눈먼 거리의 여자로 의심하지 말자. 그녀에게 그 남자의 작은 키, 한껏 부푼 배는 자상했던 아버지를 환기시켜 첫눈에 반하게 한 요소일 수도 있다.
우리가 꿈꾸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모두에게가 아닌 나에게만 유일하게 날아온 큐피트 화살인 것이다. 당신이 못나게 꼬아진 짚신이든, 구멍 난 짚신이든지 간에 당신에게 첫눈에 반하는 짝은 반드시 있다.
장보은 듀오 연애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