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24)에게는 '반전 매력’이 있다. 지난해 MBC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을 능숙하게 소화해 '성숙미인'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깜찍발랄한 신세대. 내숭 제로에 소탈하기까지 해 금세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7일 개봉한 영화 '챔프'에서는 차태현을 짝사랑하는 응급요원 역을 맡아 풋풋한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 MBC 시트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도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영화 시사회장에서 눈물을 흘렸는데."'챔프'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각설탕'을 재밌게 봤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5년 동안의 힘들었던 기억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영화 '바보'에서 (차)태현이 오빠 동생으로 출연했다. 오빠를 괴롭히는 못된 여동생 역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다. 촬영 당시 항상 잘 챙겨주고 배려해 주는 등 여러 가지면에서 정말 고마웠다.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었는데 운좋게도 이번에 기회가 닿았다."
-'챔프'의 여자주인공은 8살 아역 수정이라는 평가가 있는데."영화 포스터를 봐도 여자주인공은 수정이가 맞다. 여주인공 대접은 내가 받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다. 처음부터 주연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다. 분량에 상관없이 영화 출연에 의미를 두고 작품에 참여했다."
-유오성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연기 못하면 싫어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긴장을 많이 했다.(웃음) 하지만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었다. 한번은 출연진과 배우들에게 내복을 사서 돌린 적이 있는데 그걸 직접 입으시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각설탕' '그랑프리' 등 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이번에 잘되면 된다.(웃음) 현재에 충실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영화의 흥행을 어느 정도 예상하나."감독님 입장은 다르겠지만 '바보'가 80만 명을 기록했으니까 이번에는 100만을 넘겼으면 좋겠다.(웃음)"
-최근 '해피투게더3'에 나와서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는데."그동안 단아한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지만 원래 성격은 밝고 활발하다.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이'에서의 인현왕후 이미지가 부담되지 않나."올리비아 핫세하면 '줄리엣'이 떠오르는 것처럼 박하선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얻고 싶었다. 인현왕후의 성격과 비슷한 점도 많아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사극과 현대극 어느 것이 더 편한가."사극은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아 어렵다. 그래서 NG도 많이 냈다. 하지만 사극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동이'를 재밌게 보신 어르신들은 사극만 출연하라고 말씀하신다.(웃음)"
-특별히 맡고 싶은 역할이 있나."최근 3개월 동안 푹 쉬면서 여러 국가의 드라마를 챙겨봤다. 그중에서 '가십걸'을 재밌게 봤는데 블레어 같은 귀여운 악녀가 눈에 들어왔다. 의사표현에 자유롭고 직설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부자의 탄생'에 나왔던 이시영의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하이킥3'에도 출연하는데."부담감 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지금까지 즐기면서 했던 작품이 없었다. 열심히 매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도 좋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촬영 당시 장염에 걸리고 몸이 말이 아니었는데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서운할 것 같다.(웃음)"
-어린나이에 데뷔해 꽤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그러고보니 이번 '하이킥3'가 17번째 작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영화'바보'와 '동이'다. 특히 '바보' 촬영 당시 첫 컷을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배우가 됐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마음껏 신경질 부리고 짜증낼 수 있는 역할이어서 더욱 특별한 영화였다. 신인으로서 가진 강박관념을 풀 수 있어 좋았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지금은 내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만도 너무 어렵다. 누구를 따라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제2의 누가 되기보다는 제1의 박하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노안'이라는 평가에 대한 솔직한 속내가 궁금하다."성숙하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비슷한 나이대를 연기하게 되는 '하이킥3'을 통해 본연의 모습을 찾고 싶다. 아마도 '하이킥3'가 연기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