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마무리 삼성 오승환(29)은 '돌'을 던진다. 그의 돌은 바위가 깨져 만들어진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흙과 모래가 단단하게 뭉친 퇴적암이다.
많은 선후배들이 '돌직구'를 던지는 오승환에게 질문했다. 강한 직구를 던지는 비결이 뭔지,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물었다.
대구구장에서 만난 오승환은 또박또박 질문에 답했다. 특히 재활훈련이라든가, 마무리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할 때는 웃음기를 걷고 단단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직구'는 수많은 고통과 인내 속에서 퇴적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한 것 같았다.
진지하게만 흐르던 인터뷰 분위기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던진 결혼 질문에 확 바뀌었다. 오승환은 당황하지 않고 친구들을 역공했다.-최준석 (두산 타자)-친구들끼리 모여 밥 먹을 때는 가끔씩 웃는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웃음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기분이 좋을 때도 있을텐데 안 웃는 이유가 뭔가?"아, 준석이…. 질문 참 식상하네. 동기들끼리 자주 만나는데 새삼스럽게 묻기는. 야구장에서 자주 웃잖아. 다만 마운드에 오를 때 웃지 않을 뿐이지. 일부러 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 다만 마무리가 등판하는 상황이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도 있으니까 웃고 즐길 여유가 없는 거지."
-송은범(SK 투수)-나도 표정 변화 없이 투구하고 싶어요. 형은 어떻게 얼굴 색 한번 안 변하나요. 혹시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변한 적이 있다면?"글쎄. 순간순간 표정이 바뀌는 것 같기도 한데…. 앞서 말했듯이 일부러 하는 건 아니니까 잘 모르겠어. 그런데 은범이는 은범이 스타일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타 맞아도 씩 웃는) 특유의 표정 말이야."
-조계현 (두산 투수 코치)-강속구가 주무기인 투수는 보통 어깨랑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구속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얼마나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쳤기에 볼 끝을 유지하는지?"두 번째 재활훈련을 했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을 하면 기간이 보통 1년이잖아요? 그 기간 동안 수술 부위만 훈련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팠던 부위가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 다른 부위 보강을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대학 시절 (팔꿈치 수술 후) 재활센터에 2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 여러 사람을 봤습니다. 팔꿈치 수술을 한 사람은 나중에 어깨가 아파서, 어깨 수술 한 사람은 팔꿈치가 아파서 다시 와요. 팔꿈치 재활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서 강화 훈련을 해야 해요. 재활 기간에 몸 전체를 다시 단련한다고 생각하면 하루종일 운동만 해도 모자라요."
-정우람(SK 투수)-그런 직구는 대체 어떻게 하면 던질 수 있는 건가요. 포심 그립이 독특하긴 하던데…."중학교 1학년 때 송인식 코치님이 가르쳐 주셨어. 검지와 중지로 공의 실밥을 찍어 던지듯이 하면 더 빠르고 강하게 던질 수 있을 거라고 하셔서. 난 사실 다들 그렇게 던지는 줄 알았지.
프로에 와서 내 투구 동작이 사진으로 찍힌 걸 보고 나서야 남들과 다른 줄 알았지. 또 (몇 단계로 끊어지는 듯한) 내 투구폼도 남들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지. 신인 때 캐치볼만 해도 선배들이 뒤에서 킥킥 웃었어."
-이진영(LG 외야수)-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내가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쳤는데 그 날 이후로 나를 상대할 때 더 이를 악물고 던지는 것 같더라.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그리고 힘 좀 빼고 던져라. 타자들도 좀 먹고 살자.""그걸 기억 하시는구나. 전 잊었는데. 이후로 진영이 형을 특별히 의식해서 던진 거 아니니까 오해 마세요. 마무리 투수에겐 잊어야 되는 상황이 있고, 잊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거든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승부한 끝에 진 것이면 받아들이고 잊어야 해요.
타자도 안타를 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거고, 저도 그 싸움에서 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100%의 힘을 쏟지 않고 던진 공이 홈런이 된다면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두산 손시헌 형한테 홈런을 맞았을 때가 그랬어요.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초구 직구를 던지다 맞았거든요. 제 공에 만족을 하지 못하니 후회가 남아요."
대구=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 = 이영목 기자, 정시종 기자, 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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