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승마연맹회장으로 선출된 김광원 KRA한국마사회·대한승마협회장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아시아권 승마 발전과 국내 말산업 육성에 대한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KRA 한국마사회 제공) 아시아승마연맹회장으로 선출된 김광원 KRA한국마사회·대한승마협회장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아시아권 승마 발전과 국내 말산업 육성에 대한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KRA 한국마사회 제공)
김광원(71) 회장은 이달 17일 중국 쓰촨성 청뚜에서 열린 아시아승마연맹(AEF) 회장 선거에서 총 18표 중 13표를 얻어 대만의 케빈 왕 국제승마협회 8지역(동아시아) 집행위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 회장은 당선 후 곧바로 아시아승마연맹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고 임기는 4년이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승마계의 얼굴로 자리 잡은 김광원 회장을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아시아승마연맹 회장으로 당선된 소감을 밝힌다면.
“아시아 승마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 아시아 승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승마와 경마를 포괄한 말 산업 전체를 키워야 한다. 아시아승마연맹을 국제승마계에서 발언권이 큰 단체로 발전시키고 아시아인에게 유리한 승마 종목을 올림픽에 추가하는 노력을 하겠다.”
-아시아승마연맹은 어떤 단체인가.
“아시아승마연맹은 아시아지역 승마발전과 아시아 회원국가들간의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1978년 12월 18일 설립됐다. 아시아 국가 중 29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아시아 승마 발전을 위해 정보교환을 하고 토론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또 아시안게임을 직접적으로 관장한다.”
-신임회장으로서 회원국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
“‘아시아인을 위한 승마, 아시아인들을 위한 종목’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국제승마연맹이 추구하는 승마는 유럽인들을 위한 승마다. 아시아인이 잘할 수 있고 아시아인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을 발굴 육성하고 대회를 만들자고 했다. 사실 승마는 과거 유목민인 기마민족의 전유물이었고 유목민은 모두 아시아인들이었다. 유목사회가 농경사회에 이어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아시아의 말타기 전통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고 반대로 유럽에서 즐기는 승마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아시안 게임의 종목 이대로 좋은가', '아시아승마연맹의 역할은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해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인천아시안게임도 중요한 주제였다.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는 인천시·인천시조직위·정부가 준비하는데 대회를 앞두고 아시아승마연맹도 역할을 해야 한다. 이때 대화가 잘돼야 협조를 받을 수 있는데 대만 사람이 와서 준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도 어느 나라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을 경우에는 그 나라의 대표에게 아시아 승마협회장을 밀어주는 것이 전통이 되는 양보의 미덕을 갖추자고 했다.”
-아시안 게임 외 아시아 국가들이 참가하는 국제승마대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아시아승마연맹이 주최하는 승마대회가 필요하다. 올해 한·중·일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안게임 중간에 아시아승마선수권 대회를 열 생각이 있다. 어떤 대회가 좋을 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승마종목과 함께 올림픽에 채택되지 못한 종목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엔듀런스(지구력)·폴로·고도 장애물 등 아시아인의 역사 속에 있었던 종목들을 발굴할 필요도 있다. 또 많은 회원국에서 환영한다면 말타고 활쏘기도 종목이 될 수 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에 추진하면 아시아인들을 위한 승마대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승마 발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말 타는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장 선거 때 나는 한국에서 승마가 초등학교 교과목 채택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보급 단계지만 꼭 필요한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때마침 현 시점이 승마가 하나의 레저스포츠로 떠오르는 시기다. 아시아 승마를 발전시키고 승마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 유소년 승마는 꼭 필요하다.”
‘말산업 육성법’을 만들어 국내 말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김광원 KRA한국마사회·대한승마협회·아시아승마연맹 회장이 포니 미니어처종과 함께 목장을 산책하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말산업 육성법’을 만들어 국내 말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김광원 KRA한국마사회·대한승마협회·아시아승마연맹 회장이 포니 미니어처종과 함께 목장을 산책하고 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아시아권 심판들 중에서 국제심판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판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심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수를 늘리는 것도 아시아 승마 발전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기회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 11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국제승마협회 정기총회’에 참가해 국제심판 자격유지 및 신규 획득에 관한 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다.”
-국내 말산업 육성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말산업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정부와 KRA한국마사회가 말산업 육성의 주체가 되고 있다. 그러나 관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감독기관의 감독에 눈치를 봐야하고 제약이 많다. 결국 민간에서 해야 한다. 지금은 정해진 궤도 위를 달리고 있는 형상이다. 말산업 육성의 미래는 상식을 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IT산업이 발전한 것도 민간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일본이다. 일본 민간 기업이 현재의 일본 말산업을 만들어왔다. 올해는 세계 최고 상금이 걸려있는 두바이경마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일본도 JRA(한국마사회와 같은 조직)가 했으면 그렇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뒤를 받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