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에서는 "엔진이 앰프라면, 타이어는 스피커"라는 격언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엔진을 단 머신이라도 타이어를 통해 그 스피드를 발현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코리아 그랑프리(10월 14일~16일·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가 열리는 포뮬러원(F1) 역시 마찬가지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동안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고 급격한 커브를 주행하는 등 차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서킷에 직접 닫는 타이어는 레이스 전체 판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F1 머신들의 타이어 전쟁을 소개한다.
F1에서 쓰는 타이어는 모두 6개다. 이중 2개는 빗길용이고, 4개는 노면이 건조할 때 사용하는 일반용이다.
◇민무늬 슬릭 타이어 비가 안올 때 사용하는 일반 타이어는 다시 4종류로 나뉜다. 재질에 따라 하드, 미디엄, 소프트, 슈퍼 소프트로 구분된다.
F1에서는 흔히 도로에서 쓰는 타이어와 달리 무늬가 없는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런 타이어를 슬릭 타이어라고 부른다. 홈이 없으면 미끄러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반대로 타이어와 도로가 맞닿는 면적이 넓어 접지력이 커진다. 부드러운 타이어는 빨리 마모가 되는 게 약점이지만 접지력이 더 커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코너를 안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대회에서는 4개의 타이어를 모두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F1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는 그랑프리가 열리기 전 대회에서 사용할 타이어 2종류를 발표한다. 두 개의 타이어는 대회 중 반드시 모두 사용해야 한다. 각 팀은 서킷과 드라이버의 운행 습관 등을 고려해 어떤 타이어를 먼저 쓰고, 얼마나 오랫동안 활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타이어의 선택과 교체는 F1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기술이 좋은 드라이버는 부드러운 타이어를 쓰고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레이스를 운영한다. 그게 바로 드라이버의 기량이다.
◇비가 올 경우에는 슬릭 타이어는 빗길에서는 빗물을 배출하지 못해 쉽게 미끄러진다. 이때는 표면에 홈(트레드)이 있는 빗길용 타이어를 쓴다. 빗길용 타이어는 풀웨트와 인터미디어트 2가지가 있다. 풀웨트 타이어의 트레드가 더 굵어 비의 양이 많을 때 사용된다. 시속 300㎞ 주행시 풀웨트 타이어는 60ℓ,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는 초당 34ℓ의 물을 배출한다. 빗길용 타이어는 녹말가루처럼 물에 닿으면 끈적거리는 특성도 있다. 비가 올 경우에는 대회 전에 지정한 2종류의 일반용 타이어와 별개로 2종류의 웨트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
비가 올 경우에도 슬릭 타이어로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도 있다. 지난해 상하이 GP에서는 젠슨 버튼은 가랑비가 내림에도 레인타이어로 바꾸지 않고 소프트 타이어를 고집했다. 다른 드라이버들이 3~4번 타이어를 바꾸는 사이 2번만 바꾼 버튼은 챔피언에 올랐다.
◇타이어는 색깔로 구별 어떤 타이어를 끼고 달리는 지는 타이어 옆면의 색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표 참고) 이를 알고 보면 더 흥미롭게 F1을 즐길 수 있다.
이름 색깔 트레드(홈) 주행환경 접지력 내구도
하드 은색 없음 마른 노면 매우 약함 매우 강함
미디엄 흰색 없음 마른 노면 약함 강함
소프트 노랑 없음 마른 노면 강함 약함
슈퍼소프트 빨강 없음 마른 노면 매우 강함 매우 약함
풀웨트 오렌지 있음 매우 젖은 노면
인터메디어트 파랑 있음 젖은 노면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